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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소탄 실험 실패” … “3~4년 내 SLBM 전력화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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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4 면

2013년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 군인들이 핵 마크를 단 휴대용 가방을 품에 안고 있다. [AP=뉴시스]

인간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최초의 계획은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였다. 세기의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39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편지 한 장을 보낸다. “독일이 핵폭탄을 개발할 것이니 미국이 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받아든 루스벨트 대통령은 2년간의 장고 끝에 41년 맨해튼 계획을 출범시킨다. 연인원 10만 명, 총예산 20억 달러를 투입해 우라늄 폭탄 1개, 플루토늄 폭탄 2개를 만들었다. 무게는 둘 다 5t 정도로 매우 초보적인 핵폭탄이었다. 왜 우라늄 폭탄은 1개를 만들고 플루토늄 폭탄은 2개를 만들었을까.


우라늄 폭탄은 설계 구조가 포신형(砲身型)으로 대포알처럼 생겼다. 대포알처럼 생긴 모습의 구조 가장 왼쪽에 다이너마이트, 농축우라늄을 설치하고 내부 공간은 비워놓고 오른쪽 끝에 우라늄을 설치한다. TNT를 터뜨리면 왼쪽 우라늄이 밀려들어 가며 반대쪽 우라늄과 충돌하면 연쇄반응의 폭발을 일으켜 가공할 살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라늄 핵폭탄 1개로 15만 명 사망우라늄 핵폭탄은 구조가 비교적 간단해 실험 없이도 터지게 돼 있다. 그래서 맨해튼 계획에서 1개만 만들어 히로시마에 떨어뜨려 한 방에 약 15만 명이 죽는 대참사를 만든 것이다.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이 5㎏ 이상 필요한데 원심분리기를 통해 우라늄 농도를 높여가며 얻는다. 이때 원심분리기는 초속 약 400m 이상의 속도로 회전해야 한다. 이 속도는 마하급, 즉 초음속 전투기의 엔진 속도와 비슷해야 한다. 원심분리기의 내부는 초음속의 회전을 견디기 위해 내구성(耐久性)이 강한 고강도 알루미늄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고강도 알루미늄의 수입량이 다량 포착되면 해당 국가가 혹시 원심분리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국제사회의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원심분리기를 1000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제든지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 우라늄 235를 모아 마치 세탁기의 탈수기를 돌리듯 원심분리기를 돌려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얻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언제든지 우라늄 핵폭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5t가량보다 무게를 1t 내지 500㎏ 미만으로 줄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지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은 두 차례 플루토늄 핵폭탄 실험을 했다.


미국이 맨해튼 계획에서 2개의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었다.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폭발 실험으로 터지는 것을 확인한 뒤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뜨려 약 7만5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떼죽음을 당했다.


플루토늄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239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원소로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 235와는 획득 과정이 다르다. 우리가 전력을 얻기 위해서는 2~5% 저농축우라늄을 원자로에 집어넣고 3~5년 정도 태운다.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저농축우라늄을 3~5개월 정도 연소시키다가 끄집어내 초산을 넣고 재처리를 하게 되면 플루토늄이 얻어진다. 세계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가장 철저하게 받고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원자력 시설 곳곳에 IAEA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카메라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놓고 핵폭탄을 만들겠다는 작심을 하지 않으면 핵폭탄 제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북한은 IAEA 관계자들이 모두 철수한 상태다. 핵무기 개발의 전 과정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플루토늄 핵폭탄은 우라늄의 포신형과는 달리 구조가 내폭형(耐爆型)이다.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려면 폭탄의 가운데를 비우고 가장 바깥에는 TNT, 그리고 원구를 둘러가며 플루토늄을 장치하고, 그 내부는 폭발 렌즈를 설계구조에 맞게 정밀하게 배치한다.


폭발을 시키려면 우선 TNT를 터뜨려 플루토늄이 내부로 밀려 들어가며 한꺼번에 만날 때 중성자를 쏘아 100만분의 1초에 맞닥뜨리도록 설계해야 한다. 반드시 실험을 해봐야 터질지, 안 터질지를 알 수 있어 맨해튼 계획에서도 플루토늄 폭탄은 2개를 만들어 1개는 실험에 사용했다. 북한도 두 번이나 플루토늄 핵폭탄 실험을 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거듭하며 한국과 일본, 미국 괌까지 사정권에 드는 노동미사일에 핵폭탄을 탑재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래서 핵무기의 무게를 1t 미만으로 줄여 보려는 실험에 매달려온 것이다.


여기까지가 지난 세 차례의 핵실험 과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소탄 실험이 성공했다고 떠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 수소탄 실험이 성공했다면 4.8 정도의 지진파에 머물지 않는다. 수소폭탄의 연료로는 중수소나 3중수소를 사용하는데 북한의 경제력과 기술력으로 보아 값이 비싸고 획득하기도 어려운 3중수소보다 중수소를 원료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소형 경량화에 힘 쏟을 듯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서 감지된 폭발력이 지난 3차 때와 비슷한 6~7kt 정도니 기폭장치라 할 수 있는 원자탄만이 터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수소탄이 터졌다면 지진 감도가 수십kt 이상은 됐을 것이다. 권투 선수 체급으로 말하면 원자탄이 플라이급이라면 수소탄은 미들급 이상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4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기초적인 능력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는 핵폭탄을 미사일에 올릴 수 있도록 소형화·경량화에 국력을 쏟고 있다. 은하 3호 로켓 실험으로 사정거리를 2000~3000㎞에서 6000~7000㎞로 늘린 대륙간탄도탄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또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8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영상을 공개했다. 우리 군은 조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군도 북한이 3∼4년 안에 SLBM을 전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육상에서의 미사일 실험과는 달리 잠수함발사탄도탄 기술 확립에 북한이 국력을 쏟고 있는 이유는 잠수함의 은밀성 때문이다. 상대 국가의 해안 근처까지 접근해 핵미사일을 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를 모르기 때문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미국이 러시와의 핵무기 감축협정에서 현저하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SLBM 숫자이다. 지난 6 일 북한의 수소탄 실험은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재확인해준 사건이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계기로 기존과 다른 국가전략으로 국가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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