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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화제] 섬마을 청소년들 육지 '연주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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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한산중 리코더 합주단이 16일 박종화 교사 지휘로 연주를 하고 있다.김상진 기자

지난 16일 저녁.낙동강변 고즈넉한 농촌마을인 창원시 대산면 유등리 대산미술관에서 리코더 선율과 성악가들의 노래가 울러 퍼졌다.

100여평 전시실내 무대에는 '섬마을 청소년 초청 작은 음악회' 현수막이 걸렸고, 200여명의 청중 앞에는 수줍은 표정의 남녀 중학생 28명이 리코더합주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통영시 한산도 한산중학교 전교생으로 구성된 리코더 합주단. 박종화(38)교사의 지휘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등 7곡을 연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경남도의사회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한산도에 봉사활동을 갔던 의사들이 학생들이 음악회를 한번도 본적이 없고, 사용중인 리코더도 악기점에서 빌린것이라는 딱한 이야기를 듣는다. 의사들은 이사회를 소집해 400만원을 보내 리코더를 선물하고 음악회를 열어주기로 결정했다.

의사회 김경원 이사는 "음악회를 구경하는 것보다 성악가와 함께 출연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소는 김철수 관장이 사비를 털어 가난한 화가들에게 무료 전시회만 열어 주는 대산미술관으로 정했다.

의사들의 뜻을 전해들은 경남성악회 소속 소프라노 설선영 등 중견 성악가 7명이 출연을 약속했다.

작품도 클래식,가곡,팝페라 등 20여곡을 선정,다양한 음악을 듣도록 배려했다.

음악회가 처음인 학생들을 위해 곡마다 창원대 음악과 유영성 교수가 자세한 해설을 곁들였다.

의사회 회원인 김경선(소프라노), 최신철(테너), 백경권(전자오르간)씨 등 아마추어 음악가들도 무대에 섰다.

학생들은 지난해말부터 하루 서너시간씩 맹연습을 했다. 비진도.추봉도 등 한산도 주변 작은 섬에서 배를 타고 통학하는 8명도 빠지지 않았다.

할머니(63)와 생활하는 이태욱(15.2년)군은 "백혈병을 앓아 폐활량도 적고 내성적이었는데 직접 무대에 서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남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미술관과 마을주민들의 도움으로 하루를 묵고 의사회의 안내로 17일 도청, 도립미술관, 방송국 등을 둘러본 뒤 섬으로 돌아갔다. 한산중 강경윤 교장은 "섬마을 어린이들이 이번 행사에서 희망과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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