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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불안한 진정세’ … 위안화 위기 불씨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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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폭풍에 휩쓸렸던 시장이 일단 진정됐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위안화 값 불안이라는 먹구름이 가시지 않아서다. 8일 중국 상하이 지수는 전날보다 1.97% 오른 3186.41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과 주식 시장의 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전방위로 나선 덕이다.

인민은행, 위안화값 0.015% 올려
상하이 지수·코스피 소폭 올라
역내외 비정상적 자금 흐름이 변수
“시장 개혁만이 투자심리 안정시켜”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7일 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킨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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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시아 시장도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났다. 코스피는 전날에 비해 0.7% 오른 1917.62에 장을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이날 보합으로 장을 시작했다.

 시장의 불안을 일단 잠재운 건 중국 인민은행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값을 전날에 비해 0.015% 올린 달러당 6.5636위안으로 고시했다. 9일 만의 절상이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값 하락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지로 읽혀졌다.

 하지만 불안한 진정이다.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위안화 역내외 환율 격차로 인해 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값은 고시 환율의 ±2% 안에서 움직인다. 반면 위안화가 자유롭게 거래되는 홍콩 등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값은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그동안 역내외 위안화 값은 비슷하게 움직였다.

 시장 흐름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고시환율 산정 방식을 변경한 지난해 8월 11일부터 달라졌다. 인민은행은 매일 오전 9시15분(현지시간)에 고시환율을 발표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날 역내 환율이 아닌 해외 자금 유출입의 영향을 받는 역외 환율에 따라 고시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후부터 역내와 역외 위안화 값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격차가 5년 내 최대치로 커졌다. 8일 위안화 값은 역내에서 달러당 6.5889위안을, 역외에서는 6.6849달러를 기록했다.

역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위안화를 산 단기 투자자들이 역내에서 그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사면 차익을 얻는다. 이렇게 되면 역내 시장에서는 달러가 말라 위안화 값은 추가로 떨어진다.

인민은행은 이런 단기 투자자들이 시장을 교란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말에는 역내외 환율 차이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한 스탠다드차터드와 DBS 등 3개 외국계 은행의 외환업무를 3개월간 정지시켰다. 7일에는 성명을 내고 “일부 투기세력이 위안화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이런저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위안화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듯하자 중국 당국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내외 시장의 환율 차이가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약세로 인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중국의 선택지도 좁아지고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자유화에 미온적으로 접근했던 중국 정부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철저한 시장 개혁만이 시장과 투자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정부가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선 만큼 혼란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이승호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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