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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사능물질 탐지 정찰기 '스니퍼' 띄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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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급유기에서 연료를 공급받는 스니퍼. [위키피디아]

미군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의 신빙성을 정밀 조사하기 위해 현재 방사능물질 탐지 정찰기인 '스니퍼(sniffer·탐지기)'를 띄웠다고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 "초기 분석 결과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과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지만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대기 중의 방사능 물질을 채집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WC-135W 제트기를 발진시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핵실험은 어떤 형태로든 대기 중에 방사능 물질을 방출하게 된다"며 "공기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정확히 어떤 실험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일명 '스니퍼'로 불리는 WC-135W는 엔진이 4개이며, 종이 여과기로 미립자를 수집하는 공기순환기와 수집된 공기 표본 전체를 저장하는 압축기를 동체 내부에 달고 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풋 공군기지의 45비행단에 소속한 이 비행기 중 2대는 해외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한반도 상공에 띄운 비행기는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가테나(嘉手納) 미군기지에서 발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스니퍼'는 1947년 당시 미 육군 참모총장이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원수가 진행한 '불멸의 불사조(Constant Phoenix)'작전에서 유래됐다. 구 소련의 핵 실험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선 기상 관측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이젠하워는 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한 B-29 폭격기에서 폭격 시설을 떼내고 대기 관측에 필요한 장비를 첨가해 WB-29s를 만들었다.

WB-29s는 49년 9월 알래스카에서 일본으로 비행하다 핵실험에서만 나오는 방사성 원소를 채집해 소련이 비밀리에 대기권 핵실험을 했음을 알아냈다. WB-29s는 이후 WC-50s(50년대 초), WB-135s(60년대 중반)를 거쳐 현재의 모델로 진화했다. 이번에 투입된 스니퍼는 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 때도 활약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탄 실험'이 맞을 경우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헬륨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스니퍼가 이 헬륨을 채집하는지 여부가 북한의 핵실험 성격을 규명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에도 '스니퍼'를 띄웠지만 워낙 미량인데다 금방 사라져 방사능 물질을 포집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한편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존스홉킨스대 조엘 위트 연구원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핵실험 40분 뒤인 6일 오전 10시40분에 촬영한 위성 영상과 지난 1일의 사진을 비교할 때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입구 부근에서 광물 운반용 차량이 드나드는 등 일부 움직임은 포착됐다"며 "하지만 외견상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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