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악재에 북핵까지 … 원화값 4개월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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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악재에 대한 국내 주식시장의 내성이 커졌다. 과거 세 차례 핵실험의 ‘학습효과’가 쌓여서다. 다만 외환시장에선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인한 위안화 약세가 북한 핵실험과 겹치면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200원 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북 “수소폭탄 실험”]
9.9원 떨어져 1197.9원으로 마감
5일째 하락, 정부 24시간 모니터링
북핵 학습효과에 코스닥은 올라

 6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10포인트(0.26%) 떨어진 1925.4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오히려 3.20포인트(0.47%) 오른 687.27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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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에 지진이 난 것으로 알려진 오전 11시30분쯤 저점을 찍었다가 정작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온 낮 12시30분엔 소폭 반등했다”며 “기본적으로 북한 핵실험은 기업 펀더멘털과 관계가 없는 사안이어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초부터 중국·중동 등에서 악재가 연달아 불거져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의 1~3차 핵실험 때도 당일에는 주가와 원화가치가 대부분 하락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북한 수소폭탄 실험은 일시적인 악재로 이미 시장에서 충격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변수가 증시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으며, 이틀 전 중국 증시 급락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좋은 주식을 살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9.9원 하락한 1197.9원으로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5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12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8일(1200.9원) 이후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의 달러당 1172.5원에서 3일 만에 25원 이상 하락했다.

외환시장이 증시에 비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장 초반부터 떨어지는 데 북한 변수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는 얘기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환율을 꼽았다. 그는 “연초부터 유가·중국 리스크에 이어 북한 리스크가 재발해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더 빠져나가면 원화가치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만들고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섰다. 정부는 북한 수소탄 실험 여파가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려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핵실험도 그간의 ‘학습 효과’에 비춰볼 때 주식·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추가 핵실험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박성우·김경진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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