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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상당 위조 일본채권 화폐 밀반입한 일당 덜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말레이시아에서 외국 채권을 위조한 뒤 브로커를 통해 국내로 밀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위조 공급책, 유통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지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일본 채권과 화폐 5조원 상당을 밀반입한 혐의(통화위조ㆍ사기 등)로 채모(49)씨와 정모(55)씨를 구속하고 허모(6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은 한화 5조원 상당의 일본 위조 채권 1매와 한화 1800만원 상당인 위조 1만엔권 182매를 국내로 들여왔습니다. 이들은 3%의 수수료를 받고 브로커를 통해 이 위조채권을 유통시키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5년간 말레이시아에 거주해 온 채씨는 현지인이 위조한 채권과 지폐 등을 직접 확인하고 국제 택배를 통해 국내로 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 함께 구속된 정씨는 채씨로 부터 물건을 전달받고, 국내 브로커를 물색해 전달했죠.

이들은 국내 브로커들이 세계 각국의 위조 화폐와 채권을 요구하면 이를 말레이시아에서 위조하고, 샘플을 국내로 반입해 실물을 확인시켜주고 거래했다고 합니다. 국제 택배 중 일부만 내용물을 확인한다는 점을 알고 별다른 위장도 없이 과감히 위조 지폐들을 택배로 보내기로 한 것이죠.


이번에 압수된 일본 채권은 일본 대장성의 붉은 관인이 진짜와 똑같이 찍혀 있었습니다. 위조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위조 여부를 구분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범인들이 브로커들과 주고 받은 메시지, 사진>

이들은 대부업·환전업을 하던 허씨를 통해 위조 1만엔권 일부를 유통시켰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허씨는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 관리소장 이모(57)씨에게 “당장 현금이 좀 필요한데, 1만엔권 92장(한화 920만원 상당)을 담보로 맡길테니 돈을 좀 빌려달라”며 500만원을 받아가고 1만엔권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씨는 화폐의 촉감이 다소 거칠다는 점, 그리고 큰 금액의 일본 화폐를 저가에 담보로 제공하면서도 당분간 환전을 하지 말라는 허씨의 말 등이 수상하다고 여겨 은행에 감정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해당 지폐가 위조된 것을 알고는 경찰에 즉시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이미 브로커 김모(58)씨에게 70억원대 이상의 쿠웨이트 위조 채권과 100만 달러(한화 12억원 상당)짜리 미국 채권을 넘긴 사실도 확인하고, 김씨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기사 이미지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조 수법이 정교한 만큼 반드시 미검거된 브로커를 찾고 유통된 채권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통화위조 범죄는 2011년 7902건에서 지난해 2770건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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