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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마침내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44)이 마침내 명실상부한 '그라운드의 지휘자' 가 됐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을 맡았다.레알 마드리드가 프랑스 출신 감독을 선임한 것은 114년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6월부터 팀을 이끌어왔던 라파엘 베니테즈(56) 감독을 경질하고 레알 2군 팀 카스티야를 맡고 있던 지단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에서 3위(11승4무3패·승점 37)를 달리고 있으며 지단의 친정팀이기도 하다. 베니테즈 전 감독은 크리스티아 호날두(31), 하메스 로드리게스(25) 등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설과 색깔 없는 전술 운영 등으로 지난달부터 꾸준히 경질설이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라이벌 바르셀로나에 0-4로 완패했고, 지난달 3일 코파 델 레이(국왕컵) 32강 1차전 카디스(3부)전에선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던 데니스 체리셰프(26)를 출전켰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 경기에서 3-1로 이기고도 어이없는 실격패를 당했다. 계약 기간 3년에 지난해 6월 레알을 맡은 베니테즈 감독은 4일 발렌시아전에서 2-2로 비긴 뒤 구단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단 신임감독의 선수 시절 경력은 화려하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이민자 2세인 지단은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프랑스가 우승하는데 주축 멤버로 프랑스 '아트 사커' 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개인기와 창조적인 패스 플레이를 펼쳤던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세 차례(1998·2000·2003)나 받으면서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2001년엔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인 7500만 유로(약 850억원)를 기록하면서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레알로 이적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레알의 유니폼을 입고 뛴 그는 155경기에서 37골을 기록했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프리메라리가 등에서 6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6년 은퇴 후에도 지단 감독은 레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기술고문·단장·1군 코치를 거쳐 2014년 7월부터 레알의 2군 팀인 카스티야를 맡았다. 코치 시절이었던 2014년 5월엔 레알의 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지단 감독은 레알 감독에 대한 야심을 꾸준히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3월과 6월엔 두 차례나 "(구단에서) 제안이 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지단 감독은 2군 팀을 이끌고 이미 지도력을 입증했다. 스페인 세군다B(3부리그)에 속한 카스티야를 이끌고, 지난 시즌 6위(16승10무12패)에 머물렀지만 올 시즌엔 10승7무2패(승점 37), 2위로 끌어올렸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은 "지단은 늘 문제를 해결해왔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지단 감독과 현역 시절 호흡을 맞췄던 데이비드 베컴(41)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을까. 지단은 레알 감독으론 최적의 인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단은 "레알은 세계 최고의 팬을 보유한 최고의 구단이다. 마음과 영혼을 바쳐 팀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지단은 10일 데포르티보전에서 레알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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