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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연예인-기획사 수익배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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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황금비율 7대3이 무너지는 추세

지명도가 있는 연예인의 경우 대개 소속사와 7대3의 비율로 수익을 나눈다. 연예인의 몫이 70%이고, 기획사가 30%를 가져간다. 출연료와 CF 모델료를 서로 다른 비율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같은 비율을 적용한다.

신인의 경우는 5대5로 기획사 몫이 더 커진다. 회사 입장에서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인기가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예인이 가져가는 파이가 점점 커지게 되는 것. 예컨대 5년간 5대5의 비율로 전속 계약했더라도 스타덤에 오르면 6대4, 또는 7대3으로 물밑 협상이 시작된다. 조승우의 소속사처럼 고급 수입차를 선물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비율 재조정이다.

물론 협상에 실패하면 서로 '굿바이'다. 연예인은 자신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새 회사로 이적하고, 양쪽 회사는 위약금을 주고받거나 법정 소송에 돌입한다. 얼마 전 소속사를 옮긴 강혜정은 후자에 속한다.

오는 3월 김선아.이범수 등 소속 연기자들의 재계약을 앞둔 싸이더스HQ는 요즘 집안 단속에 여념이 없다. '연예인=콘텐트'인 요즘, 여기저기서 이곳의 스타들을 빼내오기 위해 각종 '미끼'들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리딩 컴퍼니인 싸이더스HQ라 해도 추가 계약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미끼는 전성기 시절 최진실에서 비롯된 10대0 계약이다. 현재 10대0 계약의 대표적인 예는 팝콘필름의 김하늘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오기만 해달라'며 11대0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 11대0이란 CF를 찍거나 출연작이 정해질 때마다 소속사가 연예인에게 오히려 추가 보너스를 주는 마이너스 옵션 계약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렇게 양보하면 기획사는 뭘 먹고살까. 답은 수입선 다변화에 있다. 톱스타를 영입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고, 드라마나 영화의 자체 제작도 가능해진다. 스타와 패키지로 묶어 신인 띄우기도 한결 쉬워진다. 톱스타만 영입하면 남는 장사라는 게 이들의 계산법이다. 최근엔 주가를 띄우기 위해 뾰족한 수익구조도 없이 연예인을 모으는 회사도 수두룩하다.

주먹구구식이던 과거의 수익배분 비율이 1990년대 후반 7대3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싸이더스HQ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른바 7대3이 동종 업계의 '황금 비율'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이나영.수애의 스타제이처럼 계약금을 안 주는 대신 수익배분 비율을 연기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해주는 회사도 있다.

# 수익배분 비율은 1급 대외비

한편 일각에선 한류 열풍과 함께 연예 기획사들의 공급 과잉이 스타들의 몸값을 지나치게 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10대0뿐 아니라 스타 권력화의 불씨도 여기서 불거졌다는 목소리다.

연예인들의 수익배분 비율은 내부 1급 정보에 속할 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계약 당사자인 몇몇 핵심 관계자들끼리만 공유하는 대외비다.

싸이더스HQ 매니지먼트 사업본부 박성혜 이사는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확인해줄 수 없지만 9대1, 10대0 등은 회사를 운영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박신양.조인성 등 이 회사의 스타급 연기자들은 7대3, 또는 8대2의 비율로 수입을 나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소속사 대표인 '회장님급' 연예인들은 얼마나 가져갈까. 배용준.장동건.이영애 등이 이에 포함되는데 개인사업자가 아닌 만큼 이들 역시 정해진 비율에 따라 수입을 챙긴다. 보통 9대1이 대부분.

배용준의 소속사 BOF 양근환 이사는 "전속계약서에 적힌 비율에 따라 수입을 나누며 구체적인 비율은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영애가 몸담은 도어 엔터테인먼트 이주열 대표도 "대한민국에서 이 비율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매니저가 없는 건 자신의 연봉을 밝히기를 꺼리는 이치와 같다"며 "이영애씨의 경우 10대0으로 알려졌으나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계약비율에 대해 함구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문근영의 소속사 나무액터스 김종도 대표는 "수익 비율이 알려지면 자칫 한솥밥을 먹는 연기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 수도 있어 늘 조심하게 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김범석 J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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