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판 넘겨진 조희팔 2인자 강태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강태용. [사진 중앙포토]

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태용(55)씨가 국내 송환 20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지 88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형사4부는 4일 유사수신 행위와 사기, 법인자금 횡령,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강씨를 구속 기소했다. 강씨는 2004년 말부터 2008년 10월까지 대구 등지에 조희팔 등과 함께 의료기기 대여업을 하는 유사수신업체를 차려 투자자 2만9207명을 모아 2조798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이 4조원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는 조희팔 등과 회사 자금 202억273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전직 경찰관 2명에게 1억56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와 지인을 통해 62억원의 은닉재산을 세탁한 혐의도 더해졌다"고 밝혔다.

강씨는 조희팔 사건의 핵심 정보를 가진 인물이다. 조씨와 함께 유사수신업체인 ㈜BMC를 세운 뒤 부사장을 맡아 회사 자금을 관리했다. 피해자를 상대로 투자 강의를 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모았고 정ㆍ관계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2008년 10월 강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조씨 회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회사 자금을 은닉한 뒤 중국으로 달아나 7년 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검찰은 그의 입을 통해 조희팔의 생사, 정·관계 로비 자료, 은닉재산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다른 지역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조희팔 유사수신 사건 연루자 20여 명을 지난해 12월 대구구치소로 이감해 대질 심문까지 벌인 이유다. 600여 명, 1000여 개의 계좌를 열어 자금을 추적했고 조직폭력배 등 10여 명의 사건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 사실엔 이런 핵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강씨가 지난해 연말부터 재판에 대비하는 듯 방어적인 태도로 검찰 조사를 받아서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물으면 "조희팔이 시켜서 그랬다"며 일부 혐의만 인정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정·관계 로비 대상자에 대해선 "없다"고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입을 열게 할 그의 부인과 아들에 대한 행적도 아직 검찰과 경찰은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에 넘겨진 것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수사를 더 벌여 혐의 내용을 계속 추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지난 10월 강씨 체포 후 모두 17명을 구속했다. 조희팔의 아들(30) 부탁을 받고 범죄수익금 12억원을 자기 명의 계좌에 넣어 숨긴 김모(34)씨를 비롯해 조희팔 측에게서 뇌물을 받은 전직 경찰관이나 가족·지인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조씨의 생존 여부에 대해선 "죽었다"거나 "모른다"고 진술했다. 강씨 역시 지난 16일 취재진 앞에서 "2011년 12월 겨울 죽었다. (내가) 직접 봤다"고 말했다. 그는 정·관계 로비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