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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폐해 시작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 대림산업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3.3㎡당 분양가 790만원 대 한솔숲 시티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분양 관계자는 주변 시세가 1000만원이 넘고 방2개 짜리 연립주택 전셋값도 1억2000만~1억4000만원인 점을 들어 자사 아파트가 얼마나 싼지를 강조했다. 전용면적 44㎡형의 분양가가 1억4000만원쯤 되고 59㎡형도 1억9000만원이라고 하니 귀가 솔깃할 만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의 위치가 용인시 처인구 완장리 일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그렇게 싼 편이 아니라는 소리도 들린다. 주변에 비슷한 형태의 집이 없어 오산시 내 시세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뒤늦은 국토부 공급과잉 걱정

아무튼 이곳은 외진 곳이다. 여기에다 한꺼번에 약 7000천 가구가 되는 물량을 쏟아냈으니 온전할리 없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2:1쯤 됐으나 허수에 불과했다. 어떤 전략으로 경쟁률을 높였는지 모르지만 실제 계약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알려진다. 항간에는 계약률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사례는 김포·평택·화성과 같은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11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전월 대비 54.3% 증가한 4만9724가구라고 29일 밝혔다. 한 달에 증가한 미분양분은 1만7503가구로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라고 언급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해 주택시장이 가라앉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용인의 경우 전국 시·군 가운데 미분양 숫자가 가장 많은 8156가구로 조사됐다. 11월분이 그렇다면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게 분명하다. 대림산업 미분양분까지 치면 얼추 1만5000가구는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면 신규 분양시장은 확 가라앉게 마련이다. 미분양 물량은 늘어나게 되고 당첨이 됐는데도 계약을 하지 않는 미계약분도 많아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미분양 가구수가 좀 늘었다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지 고개가 개우뚱 해진다.더욱이 주택경기는 분위기를 심하게 탄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미분양 주택 실적을 갖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저의가 뭔지 궁금하다. 물론 국토부는 관행대로 월간 자료를 배포했을 뿐 언론 스스로가 호들갑을 떨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이런 해석이 나온다. 새 국토부 수장이 된 강호인 장관이 주택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내비치자 직전 장관이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공급 과잉이 아니다"며 자신의 실정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한 반전 카드라는 얘기 말이다.

만약에 이런 얘기가 사실이라면 우리 경제의 앞날이 걱정된다. 자기 앞가림에 연연하는 인사가 경제 수장이라면 어떻게 살얼음판같은 경제 문제를 풀어낼 수 있겠는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공급을 부추기는 정책을 펴오지 않았던가. 그래놓고 이제와서 한달치 미분양 주택 실적으로 시장을 제어하려는 국토부의 작태는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으로 주택시장이 얼어붙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지게 된다. 거래가 단절돼 이사가 쉽지 않고 이로인해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도 불가능하다.

이래저래 비용만 늘어 어려운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게 뻔하다. 이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경기는 더욱 침체국면으로 빠진다. 정부가 주택 공급물량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많은 국민이 힘들어질지 모른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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