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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강남 등 교육특구 전성시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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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고3 입시 트렌드 전망②·끝- 수능과 정시 치중한 교육특구에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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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 밀집한 대치동 상가 [사진=중앙포토]

대학 입시가 학생부 전형과 수시 체제로 점차 기울면서(관련기사: 예비 고3 입시 트렌드 전망 ① 학생부로 기우는 대입 트라이앵글) 수능 시험과 정시 모집에 치중해 온 강남을 비롯한 소위 ‘교육특구’의 일반고들에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교육 환경과 학원가 근접의 이점만으론 쉬운 수능과 학생부 비교과 강화 흐름에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5학년 서울대 수시/정시 합격자를 보면 강남의 A고교 5/14명, B고교 6/15명, C고교 5/11명 등으로 모집 정원이 25%에 불과한 정시가 수시보다 훨씬 많다.

강남과 목동 등의 일반고는 특목고나 자사고와 달리 학생 선발권이 없지만 지역의 특성상 성적 우수자들이 대거 몰려 있다. 따라서 학생부 내신을 상위권으로 유지하는 것이 다른 일반고들보다 훨씬 어렵다. 보통 강남의 일반고 내신 4등급이 수능 1등급에 해당한다.

서울 대치동의 일반고 자녀를 둔 학부모 배모 씨는 “수시에 불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지만 공부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 문제가 수능과는 비교도 안 되게 어려워 50점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 다른 활동은 엄두도 못 낸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립이라 선생님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로테이션(순환)을 해서인지 프로그램이나 정보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내신이 불리하기는 특목고나 자사고도 마찬가지이긴 하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비교과 활동을 내세울 경우 수시 학생부 전형에서 합격권에 들 수 있다. 하지만 강남 일반고는 동아리나 대회, 진로 탐색 등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수능 출제 과목들 위주로 교육과정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교육특구 일반고는 내신도, 선발 사립고들의 탁월한 비교과 활동도 따라잡기 힘든 ‘사면초가’에 놓인 것이다.

수시 논술 전형이나 정시 수능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선발하는 정시 모집 인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논술도 폐지하는 상위권 대학이 나오면서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 수능은 쉬워져 어쩌다 실수라도 하면 정시는 실패다. 재수나 반수의 길을 선택해 또다시 학원에 의존해, 좁아진 정시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재수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와 관련 이 학부모는 “어떤 엄마가 ‘강대’에 들어갔다고 자랑하기에 뭔가 했더니 ‘강남대성학원’이었다”면서 “상위 재수생 1%만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아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교육특구 지역에 많은 것도 이들 학교가 수시 체제 변화에 잘 대비하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다. 취업난으로 의대 쏠림이 심해져 아직은 정시가 50% 넘는 의대 입시에 목을 매는 것이다.

강남권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휘문고 신동원 진학교감은 “우수한 인재들인데 의대 선호도가 높아 정시 수능에만 올인하다 보니 경시대회나 특기 등 뭐 하나 쌓아 놓은 게 없다”면서 “우리도 자사고로 전환한 뒤 수시 입학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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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남권 일반고 뿐 아니라 전체 일반고들이 수시 학생부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2016학년 서울대 수시의 일반고 최초 합격자 비율이 50.61%로 전년 50.62%와 거의 비슷하다. 자사고는 14.24%로 전년 13.21%보다 크게 늘었고 외고도 8.65%로 전년 8.43%보다 증가했다. 국제고는 1.6%에서 1.7%로 늘었다.

과학고의 조기졸업 제한으로 전년 7.23%가 이번에 4.37%로 줄면서 반사 이익을 거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고는 현상 유지를 한 게 아니라 사실상 큰 폭으로 감소한 셈이다. 그것도 지역균형과 기회균등 전형 합격자를 빼면 35%대에 머문다.

서울대가 지방의 일반고 학생을 발굴한 덕분에 그나마 시 지역은 35.74%로 전년보다 3.62%포인트 증가했다. 교육특구가 소재한 서울은 36.86%로 0.76%포인트 감소했다. 입시 포털 베리타스 알파의 집계(고교 서열화 우려로 공식 발표 없음)에 따르면 합격자 수 20위권에 일반고는 하나도 없고 30위권에 5개가 있다. 그 중 2개는 전국 단위 선발을 하는 자율학교다.

김종완 에듀바른 컨설팅 대표는 “일반고는 학생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보니 교사를 자극하는 요인이 없다”면서 “학생부 전형은 사실상 대학이 고교에 선발권을 일부 넘긴 건데 정작 고교는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진단했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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