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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중국 경제의 키워드는 ‘3거(去) 1강(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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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18면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으로 시작하는 가수 이애란의 ‘100세 인생’이 화제다. “못간다(不去) 전해라”는 것이 한국의 유행이라면, 2016년 중국은 “보내 버리는 것(去)”이 유행이 될 것 같다.


이달 21일 막을 내린 경제공작회의(??工作??) 발표문을 보면 2016년 중국은 ‘가라(去) 경제’의 시대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정부정책의 방향은 과잉생산능력 축소(去?能), 과잉재고 축소(去?存), 과잉 레버리지 축소(去?杆)와 사회전반적인 비용절감(降成本)이다. 중국 국가 주석의 주재로 매년 11월말에서 12월 중순 사이에 열리는 경제공작회의는 다음 해의 경제계획을 짜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GDP 성장률 목표도 없는 정부 발표문그런데 이달 18일부터 21일까지 계속된 회의에서는 재미난 현상이 세 가지 벌어졌다. 첫째, 이번 회의는 역대 개최일 중 가장 늦었다. 최근 10년간 단 한번도 12월 16일을 넘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사전 예고도 없이 18일에야 겨우 개최했다. 둘째, 5000여 자의 회의결과 발표문에 경제목표와 관련된 숫자가 단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국내총생산(GDP) 목표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셋째, 경제공작회의에 바로 이어 시진핑 주석이 주재하는 ‘도시공작회의(中央城市工作??)’를 열었다. 도시 건설을 논의하는 도시공작회의를 개최한 것은 1978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경제공작회의에서 나온 경제기조는 지난해와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안정성장·재정확대·통화완화다. 단 하나 다른 점은 바로 ‘공급 경제학’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를 이끌었던 케인즈의 수요관리 정책에서 공급관리로 방향을 선회하려 한다. 1980년대 미국 경제가 어려울 때 배우출신의 레이건 대통령은 ‘조세감면을 통해 공급을 늘리면 경기가 살아나 오히려 총 조세수입이 늘어난다’는 래퍼 교수의 이론을 과감히 도입했다.

일러스트 강일구

중국 정부도 공급 경제학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모색하고 있다. 개혁·개방으로 외부로부터 유효수요를 늘리는 수요관리 중심의 덩샤오핑(鄧小平)식 ‘핑(平) 효과’는 이미 효력을 다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1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급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 시진핑식 ‘핑 효과’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이 손대려는 ‘3거 1강’ 정책은 당장 숫자로 결과를 표현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해왔던 수요측면의 정책은 ‘국민소득은 소비와 투자 수출의 합(y=c+i+x)’이라는 간단한 산수로 답이 나오지만 이번 공급사이드 경제 정책은 ‘국민소득은 자본과 노동·기술 등 다양한 요소의 복잡한 함수(y=f(k,l,t…))’기 때문이다. 함수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제공작회의에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한 이유다.


비공식적으로 ‘6.5+@’가 중국의 내년 목표다. 성장률 6.5%가 마지노 선이고 상한선은 6.9%이다. 중국 정부가 ‘3거 1강’ 정책으로 공급과잉과 레버리지를 죽이면 금융 위험은 낮아진다. 반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적 충격과 실업문제 등이 우려스럽다. 구조조정과 성장률은 반비례한다. 성장을 죽이면 고용이 울고, 고용이 울면 소비가 운다. 중국 정부가 37년 만에 다시 도시공작회의를 했다는 것은 도시화를 통해 성장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철강·화학·시멘트의 3대 두통산업의 해법 역시 도시화에서 찾겠다는 의도다. 증시 강세 이끌 ‘新 3대 문파’중국의 도시화율은 78년 18%에서 현재 55%까지 올랐다. 이 기간 도시 인구는 1억7000만명에서 7억5000억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도시로 진입하는 인구가 2100만명이다. 우리로 치면 분당이 매년 50개씩 생기는 셈이다. 도시화율 70% 달성할 때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시화가 중국 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과열의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화에 손댄다는 것은 제조업 구조조정 과정의 성장률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강에 봄이 오는 지는 오리가 먼저 안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전 세계 증시가 헤매는데 중국 증시만 유독 연말에 초강세다. 뭔가 진한 돈 냄새가 난다. 외국 장기 투자기관의 강한 매수, 중국 보험사 등 중국 기관투자가의 지속적인 매수 등을 보면 중국 증시의 저 밑바닥에서 뭔가 큰 놈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해외의 돈이 맞붙고 개미가 춤추는 장의 그림이 나올 것 같다.


금리 인하, 부동산거래 활성화, 신도시 건설, 공급과잉 해소, 과잉재고 해소 등이 이번 경제공작회의의 요지다. 이번 중국정부의 조치를 보면 중국 증시에도 새로운 ‘3대 문파’가 등장할 것 같다. 바로 부동산·건설자재·금융업이다. 3대 문파의 검객들이 만들어 갈 중국 증시의 폐막식과 개막식,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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