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위안부기금 설립” 한국 “새삼스러울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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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외교장관회담(28일)을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일본 측이 고려하고 있다는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일, 외교회담 앞두고 신경전
“아베 사죄 편지” 등 일본 언론에 흘려
요미우리는 내년 정상회담도 거론
정부 “타결될지는 일본 제안 봐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위안부 피해자에게 편지 등의 형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들을 면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이 어떤 패키지를 들고 올지 일단 두고 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들이 새롭거나 진전된 안이 아니라 기존 ‘사사에 안’ 수준이라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사에 안은 2012년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외무성 사무차관이 방한해 제시한 안이다.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주한 일본대사의 피해자 면담 및 사과 ▶일본 정부의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일본이 국가 책임도 인정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일이 흐른 뒤 일본 민주당 정부가 자민당 정부로 바뀌면서 ‘사사에 안’은 없던 일이 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그간 협의에서 ‘사사에 안+α(알파)’를 요구해 왔다.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들이 협상에서 하나의 기준은 될 수 있겠지만 고도의 외교력으로 맞붙어야 하는 싸움이기에 과정과 결과를 예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아시아여성기금의 후속 사업으로 올해 약 1500만 엔(1억4589만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10년치 자금을 한꺼번에 갹출해 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은 그간 매년 피해자들에게 의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예산을 배정해 왔다. 새삼스러운 것처럼 자꾸 포장되는 경향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일본이 어떤 제의를 할지 봐야 한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외교장관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타결될 경우 양국 정상이 내년에 다시 회담을 열어 타결 내용을 확인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두 정상이 직접 만나는 문제는 지금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다”며 “이미 11월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한 마당에 외교장관회담에서 또 두루뭉술한 합의를 결과라고 내놓긴 힘들 것이다. 타결이 가능할지는 일본의 안을 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대 조세영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지금 일본 언론에서 거론되는 방안들이 본질적으로 사사에 안과 같은데, 이미 정부가 거절한 안을 또다시 시도했을 때 우리 국내 여론이 납득할지 의문”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실리 이상으로 명분이 중요하다. 조기 타결도 좋지만 법적 책임 인정 등 핵심 쟁점을 제대로 짚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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