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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광대'고속도로를 '달빛'고속도로로…

중앙일보

입력

 
“‘광대고속도로’를 ‘달빛고속도로’로…”

22일 개통한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의 명칭을 “달빛고속도로로 바꾸자”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개통 전 대구시와 광주광역시 등이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달빛’고속도로는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화합·협력을 뜻하는 ‘달빛동맹’에서 딴 것이다.

대구경실련과 광주경실련은 23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국토교통부는 대구ㆍ광주 지역의 요구를 반영해 고속도로 명칭 변경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전남ㆍ전북ㆍ경남ㆍ경북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전남 담양, 전북 순창ㆍ남원, 경남 함양ㆍ거창ㆍ합천, 경북 고령 등 기초지자체의 동의를 구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시의회도 성명을 내고 “국토부가 지역 여론과 달리 도로명을 정한 것은 중앙집권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달빛이라는 용어는 이미 수년째 양 지역 지자체 차원에서 사용돼 친숙한 용어인 데도 관계당국이 행정 관례를 들어 이름 붙이기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예비후보(대구 수성갑)는 20일 “지역주의를 허물고자 하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일방적, 관료적 태도에 엄중한 항의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은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왕복 2차로가 4차로로 확장되면서 두 지역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합을 뜻하는 ‘달빛’이란 명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광주대구고속도로 개통은 시간 단축뿐 아니라 사회ㆍ심리적 거리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런 취지에 맞고 어감도 좋은 ‘달빛’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광대’고속도로라는 어감의 문제도 제기한다. 한 네티즌(co*****)은 “사천과 고흥을 연결하면 사고고속도로, 죽전과 음성을 연결하면 죽음고속도로라고 할 거냐”고 했다. 일부에선 “그럴 바에는 올림픽 유치를 축하하는 의미의 ‘88고속도로’를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의 입장은 다르다. 자체 규정인 ‘고속국도 등 노선번호 및 노선명 관리지침’에 따라 기점인 광주와 종점인 대구를 합쳐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당 노선이 지나는 기초지자체 중 일부가 반대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논란이 많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등 고심 끝에 결정했다”며 “고속도로명은 그 자체가 정보인 만큼 이름만으로도 노선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과 지역의 일부 지자체가 반대하는 데다 ‘밤에만 운행하는 도로냐’는 등의 비판도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대구고속도로는 광주와 대구를 잇는 182㎞의 88고속도로(왕복 2차로)가 왕복 4차로로 확장된 것이다. 일부 곡선구간을 직선화해 172㎞로 10㎞ 단축됐다.

대구·광주광역시=홍권삼·최경호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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