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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영삼 전대통령 단골 국수집, 노량진 학원가…2015 서울 미래유산 44개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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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 녹사평역 인근 영어원서 헌책방 `포린북스토어`의 외관. [사진 서울시]

‘We Buy, Sell and Trade All Kinds of Books(모든 종류의 책 사고 팝니다)’

서울 지하철6호선 녹사평역 1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 조금 직진하면 파란색 차양막에 쓰여진 영어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차양막 위 선명한 녹색으로 ‘Foreign Book Store’라는 상호를 새긴 이 곳은 1973년 개업한 외국책 중고서점이다. 미군부대 근처 고물상에서 수집한 헌책을 팔던 이곳을 도올 김용옥 선생, 이팔호 전 경찰청장 등 유명 인사들이 수시로 들렀다. 지금도 200여명의 단골손님이 자주 찾는다. ‘미국 문화가 한창 인기 높던 시기의 생활사를 보여준다’는 이유로 이 헌책방은 ‘2015년 서울미래유산’이 됐다.

서울시가 헌책방 ‘포린북스토어’를 비롯해 근대 서울의 역사를 담은 44개의 유ㆍ무형 유산을 ‘2015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해 23일 발표했다. 2013년부터 선정ㆍ발표해온 서울시 미래유산은 올해로 전체 378개가 됐다.

우선 ‘노량진 학원가’가 눈에 띈다. 동네 전체가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첫 사례다. 서울시는 “‘컵밥’ ‘구준생’(9급 공무원 준비생) 등의 단어를 탄생시킨 노량진 학원가는 1970년부터 형성된 일대 시민들의 생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1969년 개업해 2대째 이어오는 칼국수집 ‘성북동 국시집’도 2015년 미래유산에 포함됐다. 성북동 국시집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가게로도 유명하다. 시는 2013년부터 처음 미래유산을 선정할 때부터 오래도록 서민들 발길이 끊기지 않는 식당들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1970~80년 강남ㆍ여의도 개발 시대의 상징인 ‘스넥카’ 두 곳도 미래유산이 됐다. 관악구 콜럼버스 스낵카와 강남구 영동 스낵카다. 개발 공사가 진행중인 허허벌판에서 식당을 찾지 못하는 인부들을 위해 만들어진 스낵카가 그 시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선정 이유다.

이밖에 오는 2017년 ‘공중 공원’으로 재탄생하는 서울역 고가도로, 장안평 중고자동차 매매 시장, 청량리청과물시장 등이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미래유산 선정 과정에는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 미래유산’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를 통해 시민ㆍ전문가 등의 제안을 접수한 후 접수된 목록에 대한 사실 검증과 자료 수집 등을 거쳐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 대상을 추린다. 이후 심의를 통과한 후보가 소유자의 동의를 받으면 미래유산으로 선정된다. 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면 동판 형태의 표식을 부착해 서울 미래유산임을 표시한다.

이창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사라지고 있는 근현대 서울의 추억과 발자취가 담긴 유ㆍ무형 자산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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