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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줄이려면 배출량 많은 기업부터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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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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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스마트그리드 사업팀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두바이수전력청 본사 주차장에 태양광(PV) 발전기를 달고, 전기저장장치(ESS)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계를 하기 위해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자동으로 전기제품 전원을 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적용했다. 이 시범 사업은 두바이시 전체로도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
국내 1~10위 기업이 59% 배출
규모 큰 곳서 기술개발 효과 나눠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 협약 당사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온실가스 저감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는 한전 사례와 같이 해외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통해 해당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배출 허용량을 일부 가져오는 방안 등을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으로 검토하고 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과 양자 협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가져 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미얀마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건물을 지어주거나 고효율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주면 이에 해당하는 실적을 일본 감축 실적에 포함시키는 식이다. 진윤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번 파리 당사국총회에서 양자 협의가 확대됐다”며 “한국도 관련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다양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호주는 경매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배출감축펀드(ERF)를 만들었다. 특정 기업이 에너지 저감 기술을 10억원에 도입해 온실가스 1만t을 줄일 수 있다고 가정하면, ERF 펀드를 통해 경매 형태로 정부가 만든 25억 달러(2조1100억원) 기금을 가져올 수 있는 제도다. 대기업·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사업이 더 많은 지원금을 탈 수 있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비용을 일일이 알아볼 수 없어 경매라는 제도를 활용해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에너지 저감 기술 개발을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지원하자는 논의도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기업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기를 도입할 때 설비비를 최대 50%으로 상한액 1억5000억엔(14억59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또 배터리 충전 설비 등 외부 기기를 도입할 때도 최대 50억엔(486억46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신일본제철·고베제강 등 6개 철강 기업에는 탄소 저감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3년간 125억9000만엔(1224억9060만원)을 지원했다. 제철소에서 철광석에 탄소 대신 수소를 집어넣어 산소를 떼어내 산화작용을 막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술환경실 팀장은 “한국도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통과돼 8년간 11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대기업 우대 정책’이라는 비판 때문에 중간에 무산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 기업 규모가 큰 대기업부터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방향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광림 산업에너지환경연구소 소장은 “국내 1~10위 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9%를 차지하고 있다”며 “배출량이 적은 중소기업보다는 규모가 큰 기업을 지원해 효과를 협력업체와 나눠 갖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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