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치매 정복의 길 여는 치료제 2018년께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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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뜻하는 Dementia의 어원은 ‘정신(-mens)’이 ‘사라진(de-)’ ‘상태(tia)’다. 정신이 사라지는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직까지도 개발되지 않았다. 몇몇 약물이 나오긴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었다.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아주 미미한 수준의 효능을 보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최근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MSD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르면 2018년께 출시가 예상되는 이 치료제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데이비드 마이켈슨(David Michelson·사진)을 만나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MSD·머크연구소 신경과학개발부 데이비드 마이켈슨 부사장
질병 유발물질 생성 차단
예방 및 진행 속도 늦추는
치료제 개발 임상3상 단계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차이는.

“치매는 여러 질병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병명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전두·측두엽 치매, 피저기질핵 변성 등 다양한 질병이 있다. 흔히 치매로 알고 있는 질환은 알츠하이머다. 전체 치매환자 가운데 60~80%가 알츠하이머 환자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알츠하이머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뉴런 외부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백질이 계속 쌓이면 뉴런이 죽고, 결국 대뇌피질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지 않게 하는 게 치료의 관건이다.”

-개발 중인 치료제와 기존 치료제의 차이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크게 네 종류가 있는데, 모두 뇌 속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하는 원리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안타깝게도 질병이 진행되는 데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 반면에 우리가 개발하는 치료제는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걸 목표로 한다. 단백질이 쌓이는 경로를 막아 질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진행 속도를 늦출 것으로 기대한다.”

-베타아밀로이드 차단이 근본적 치료법이란건 기존에도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MSD만 임상 3상에 다다른 이유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제약사가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중 감마-시크리테아제 억제를 통한 방법은 제대로 효과를 확인하지 못해 도중에 중단됐다. 뇌 항체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은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BACE억제제를 이용해 제거한다. 다른 제약사도 개발 중이지만, 화학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치료제 개발은 얼마나 진행됐나.

“현재 임상 3상 단계다. 임상 3상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나는 증상이 있는 환자가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대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첫 번째 시험엔 2200명, 두 번째 시험엔 1400명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도 병원 11곳에서 각각 54명, 72명이 참여했거나 참여할 예정이다.”

-치료제는 언제쯤 출시될까.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낙관적으로 기대하면 2018~2022년 승인이 예상된다. 출시되면 환자는 하루 1회 복용으로 알츠하이머를 만성질환처럼 다룰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예방약으로서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츠하이머는 인간다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질환이다. 더 나은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그래서 이번 치료제 개발은 특별하다. 개인적으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영광이다.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기대가 크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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