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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10대에 얼굴 맞고, 야당이 의회에 최루탄 쏘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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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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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유세 도중 10대로부터 얼굴을 가격 당하고 있다(왼쪽). 코소보 야당 의원들이 14일 방독면을 쓰고 의회에 최루탄을 터뜨렸다(가운데).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이 14일 각료회의에서 사카슈빌리 오데사 주지사를 향해 물을 끼얹고 있다(오른쪽 ). [AP=뉴시스, 유튜브 캡처]

총선을 닷새 앞둔 스페인에선 16일(현지시간) 유세를 벌이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10대로부터 얼굴을 가격당했다. 이날 자신의 고향인 갈리시아의 폰테베드라주에서 선거유세 중이던 라호이 총리는 바로 옆에 서 있던 안드레스 델(17)의 주먹에 맞아 안경이 날아가고 정신을 잃은 듯 휘청거렸다. 델은 라호이 총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며 접근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델은 범행 직후 현장에 있는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끌려가며 “내 임무를 무사히 마쳐서 매우 기쁘다”고 했다고 스페인 언론은 전했다.

“스페인 청년 실업률 50% 분노한 듯”
우크라이나선 각료회의 난장판
물 끼얹곤 “때리고 싶은데 참았다”
코소보 툭하면 방독면 의회 연출

 델의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다. 현지 언론은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50%에 가까운 경제 상황에 실망해 총리를 가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라호이 총리는 왼쪽 눈 부위가 붉게 멍들었지만 라코루냐로 이동해 예정된 유세 일정을 끝마쳤다.

 14일 우크라이나 각료회의는 난장판이 됐다. 친서방 개혁 노선으로 널리 알려진 미하일 사카슈빌리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와 아르센 아바코프 내무장관의 언쟁이 도화선이 됐다. 전 조지아 대통령인 샤카슈빌리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입한 인물로, 우크라이나 국가 개혁위원회도 이끌고 있다. 그는 아바코프에게 “난 당신이 개인적으로 도둑이란 걸 입증해 보이겠어. 진실로 내각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도 말이야. 난 돈은 없지만 명예는 있다”라며 고함을 쳤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주재한 각료회의 자리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온 나라가 도둑으로 인식하는, 부패한 장관을 원치 않는다”고 외쳤다. 그 순간 아바코프 장관이 물을 끼얹었다. 둘은 자리를 뜨면서도 서로를 향해 고함을 쳐댔다. 지켜보던 포로셴코 대통령은 괴로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장외전을 계속했다. 아바코프 장관은 페이스북에 장문을 반박문을 냈다. 그는 “사카슈빌리가 회의 도중 신경질을 부리며 모욕을 주기에 때리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물만 끼얹었다. 대통령의 발언도 가로막고 껴드는 통에 제대로 발언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그는 완전히 미쳤다”고 했다. 사카슈빌리는 “총리가 이 땅에서 떠나라는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퍼부었다”고 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실에선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탄했다. 야권에선 셋 모두를 손가락질했다. 한 야당 인사는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모두 파면했을 것”이라며 “아바코프도 잘못했다. 사카슈빌리도 총리 주변의 비리만 얘기했지 대통령 주변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가에선 사카슈빌리가 야르세니 야체뉵 총리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오르려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의회에서도 폭력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11일 야체뉵 총리가 연단에 서 있는데 한 의원이 꽃다발을 건네는 척하다 총리 몸을 들어 연단 아래로 끌어내렸다. 이 때문에 양쪽 의원들이 격렬하게 드잡이를 했다.

 2014년 말 우크라이나 키에프 마이단 광장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로 친러 성향의 빅토로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쫓겨날 때만해도 우크라이나엔 새로운 개혁 바람이 부는 듯했다. 서방도 적극 지원했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 지원을 약속한 일도 있다. 그러나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권력 비리 의혹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코소보 의회에선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와의 협상을 두고 여야 의원 간 극심한 갈등 끝에 의회 안에서 최루탄이 터졌다. 코소보 야당은 코소보 사태 당시 인종 청소를 벌인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권한이 확대되는 법안에 절대 찬성할 수 없다며 최루탄을 터뜨렸다. 지난 10월에도 의회에서 두 차례나 최루탄이 터졌다. 야당 의원들은 태연히 미리 준비한 방독면을 썼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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