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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노동5법 직권상정을” 공개 압박…선거법만 올리려는 정의화 의장은 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은 15일 국회를 찾아 정의화 국회의장을 약 20분간 만났다. 그런 뒤 청와대로 돌아가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과의 회동 사실을 소개했다.

여야, 선거구 획정 7시간 협상 결렬
쟁점법안 처리 본회의도 무산

 현 수석은 “정 의장에게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법들은 외면하고 선거법 개정안만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선거법 외에 테러방지법안, 경제활성화법안, 노동개혁 법안도 똑같이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중재 노력을 통해 (노동개혁법안 등의) 처리 근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드렸다. 의장께서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의장방에서 못 나가게 하더라도 합의를 종용하는 것을 국민이 보기 원한다”고 강조했다.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에 대한 청와대의 이례적인 공개압박이었다.

 정 의장은 전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 “오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입법 비상사태’로 판단할 수 있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회선진화법 아래선 ‘천재지변 시, 전시 또는 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시’에만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 할 수 있다.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재의 선거구가 무효가 되니 ‘입법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게 정 의장의 입장이다. 하지만 선거법 외 나머지 법안은 직권상정이 불가하다는 정 의장에게 청와대는 노동개혁 5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기간제법·파견법 개정안) 등도 직권상정을 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마침 15일은 ①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자 ②선거구 획정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가 종료되는 날이면서 ③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세 가지 중요한 현안이 겹쳐 분수령을 맞이해 국회 주변에선 ‘삼중일(三重日)’이란 말이 나돌았다.

 청와대의 압박에 맞춰 새누리당도 이날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정보위원회(테러방지법안), 산업자원위원회(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등을 단독으로 열었지만 선진화법 아래선 무력했다. 야당이 불참하자 곳곳이 파행만 거듭했다.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려면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해당 요건을 갖춘 상임위는 외교통일위원회뿐인 상태다.

 정 의장은 현 수석이 돌아간 뒤 쟁점 현안의 일괄타결을 위해 여야 대표, 원내대표 간 ‘2+2 회동’을 주선했다.

  회동은 6시간50분간 진행됐다. 하지만 정개특위 시한 연장에도 합의하지 못했고 정 의장이 여권의 노동개혁법안 등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해 본회의도 무산됐다.

 정 의장은 협상 결렬 뒤 선거구 획정안에 관해 여야가 연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직권상정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는 “초법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정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설명키로 했다. 결국 ‘삼중일’에 여야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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