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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 수백년된 고성 호텔에서의 와인 한잔, 토스카나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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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지역의 정취가 묻어나는 마을, 일 보로 호텔 가는 골목길

토스카나에서 구석구석 숨어있는 것은 마을만이 아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객들 대부분이 피렌체, 시에나 등 유명 도시를 둘러보는 것으로 토스카나 여행을 마치곤 한다. 하지만 토스카나의 진정한 매력을 맛보려면 조금 여유로운 일정으로 와이너리와 함께 숨어있는 농가나 고성 호텔을 방문해야 한다. 역사 깊은 건물을 현대적 설비로 리노베이션하고 음식과 와인, 가족적인 서비스를 갖춘 전원 리조트들은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카스텔로 델 네로 호텔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토스카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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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는 이탈리아 최대 와인 회사의 하나인 반피에서 운영하는 와이너리 겸 호텔이다. 반피는 중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급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의 창시자로 인정받으며 전 세계 85개국에 매년 1500만 병 이상의 와인을 수출한다. 2014년 한국에서도 30만병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중심을 지나 포도밭이 이어지는 구릉을 굽이굽이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장원을 지키던 11세기 요새와 성을 호텔로 만든 이곳에서는 수 백 년 동안 이어온 전원의 고요함 속에 이탈리아 역사의 한 장면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가문의 자부심과 우아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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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로 반피 로소 디 몬탈치노

별들이 반짝이는 밤 하늘 아래 신비하고 고즈넉한 토스카나의 공기 냄새를 맡으며 정원 테이블에서 와인과 음식을 즐긴다. 한국에서 마셔보았던 익숙한 와인이라도 그 맛과 향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지만, 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어렵고 객실 수가 많지 않아 예약이 어려운 것이 아쉽다. 하룻밤 머물지 못하더라도 레스토랑이나 비스트로 혹은 와인숍 만 방문해도 좋다. 전문 가이드의 와이너리 투어도 있고 와인 박물관도 들러볼만하다.

호텔 카스텔로 디 네로(Castello di Nero)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이탈리아 와인 생산지인 끼안티(Chianti)의 타바르넬레 발 디 페사(Tavarnelle Val di Pesa)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 피렌체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이곳 역시 이런 곳에 호텔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포도밭으로 이어진 작은 산길 속에 나타난다. 육중한 돌들로 만들어진 반피에 비해 화사한 색감이 기분을 밝게 해주는 로맨틱한 12세기 고성이다. 토스카나식 서까래를 얹은 지붕과 오리지널 프레스코화, 앤티크 가구들이 그대로 있다.

반피 와이너리 내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La Tave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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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정원 테라스에 앉으면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로 가득한 토스카나 전원이 저 멀리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앉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기쁨이 가득해지는 곳이다. 300㏊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방들은 서로 다른 색감과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고 레스토랑이나 스파 수준도 상당하다. 낮에는 끼안티의 와이너리들을 방문하고 저녁이면 이곳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자전거를 빌려 돌아보거나 트레킹을 하고 셰프에게 이탈리아 음식의 역사를 듣고 호숫가로 피크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일 보로 호텔에서 바라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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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이라는 뜻의 마을 이름인 일 보로(Il Borro)는 피렌체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페레가모(Salvatore Ferragamo)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다. 1993년 낙후한 농촌 마을을 사들이고 긴 시간 공을 들여 최고의 마을 호텔로 만들었다. 오래된 농가는 특색 있는 아파트가 되었고 마굿간은 스위트 룸이 되었다. 페레가모의 명성에 걸 맞는 최고의 와인도 직접 만든다. 골목길과 마을 입구, 개울, 성벽도 아름답게 정비되었다. 농촌 관광(Agritourism)이라는, 최근 새로이 관심을 끌고 있는 여행 경향을 가장 럭셔리하게 구현한 곳으로 평가를 받는다. 와이너리 투어에 최고의 토스카나 음식을 즐기는 것은 물론, 수퍼 카 드라이빙, 쿠킹 클래스, 아트 클래스, 버기 드라이빙도 즐길 수 있다. 잘 보존된 1000년 전 중세 그대로의 마을을 둘러보고 페레가모 가문의 컬렉션이 모인 갤러리도 방문하면 좋다. 와인을 주제로 한 67점의 작품들은 15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선별한 것들로 페레가모 가문이 이곳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토스카나를 여행하는 것, 그것은 허락된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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