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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북 당국회담 결렬 관련 첫 공식기구 반응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 11~12일 개성공단에서 진행됐지만 결렬로 끝난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에 대해 15일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했으며 북남관계 전도는 더욱 암담해졌다”고 주장했다. 당국회담의 수석대표였던 전종수가 속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다. 이 담화는 회담 결렬 후 처음으로 북한 공식 기구가 내놓은 입장으로, 15일 오후 6시경(북한 시간 5시30분) 조선중앙TV가 처음으로 보도했다.

담화엔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협의를 (남측이) 거부하던 끝에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는 구차스러운 변명까지 늘어놓으면서”라는 내용도 들어가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다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8ㆍ25 합의 후속으로 열린 남북 당국회담에서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합의문에 명시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남측 수석대표였던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회담 결렬 후 브리핑에서 밝혔었다. 정부는 금강산 중단 원인인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 및 관광객 신변안전 대책 등을 선결 조건임을 강조하며 별도로 금강산 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명시를 먼저 하라고 주장하며 회담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측이 11~12일 한 번의 전체회의와 다섯 번의 수석대표 접촉에서 이런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측이 제기한 이산가족 문제 등의 의제에 대해선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남측이 제기한 의제는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 처음 제안했던 환경ㆍ민생ㆍ문화 등 3대 통로 개설▶DMZ 세계 생태평화공원 조성▶개성공단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 등이다.
북한 조평통 담화는 “남측은 흩어진(이산) 가족 문제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시범농장(복합농촌)이니 병해충문제(산림협력)니 하는 당국회담 격에도 어울리지 않는 시시껄렁한 문제들을 나열하면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남측은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합의를 란폭(난폭)하게 어기고 관계개선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잡다한 문제들을 잔뜩 들고 나와 인위적인 난관과 장애를 조성하였다”라고 덧붙였다. 양측이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 국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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