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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준금리 히든 스토리① 경쟁의 승자, 연방기금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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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 앞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거의 7년 만에 올릴 태세입니다. 글로벌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Fed가 미국이 아닌 세계 중앙은행으로서 위력을 발휘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입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바뀌면 온갖 자산 가격이 위계서열에 따라 출렁거릴 겁니다. 기준금리→은행 금리→채권?주식?부동산 시장 순으로 가격이 움직이지요. 외환시장에선 미 달러를 기준으로 우수마발 통화 가치가 새롭게 결정됩니다. 이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세계 자산 시장의 가치를 흔들어 놓을 미국 기준금리 정체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기준금리를 통해 ‘달러 신전’으로 불리는 Fed의 비밀 화원으로 들어가보려고 합니다. <편집자>

① 단기자금 시장의 승자, 연방기금 금리(Fed Fund Rate)
미국 Fed는 연방기금 금리를 지렛대로 삼아 돈 줄을 쥐락펴락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Fed가 연방기금 금리를 기준금리로 활용하진 않았습니다. Fed와 시중은행 가운데엔 세 가지 시장이 존재합니다. 연방기금 시장, 재할인 시장, 콜자금 시장 등이지요.

Fed가 설립된 1913년부터 상당 기간 재할인 시장의 금리가 중요한 정책 수단이었습니다. 시중은행이 돈이 필요할 때 갖고 있던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Fed에 들고 와 내밀며 사달라고 요청합니다. Fed는 일정한 할인율(금리)을 적용해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사줍니다. Fed가 할인율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달러가 은행에 덜 공급되는 거지요. 반대로 낮추면 달러가 많이 공급됩니다. Fed는 은행과 기업의 여윳돈을 거래하는 콜시장에 돈줄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방식으로 콜 금리를 조절한 적도 있습니다.

연방기금은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가 Fed에 예치한 지급준비금과 여윳돈(지급준비금을 넘어선 초과분)으로 구성된 시장입니다. 돈 주인은 시중은행인 셈입니다. 어떤 은행이 자금이 부족하면 보유 채권을 Fed에 넘기고 달러를 빌립니다. 또 콜시장에서도 마련합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Fed가 관리하는 연방기금을 꿔다씁니다.

시중은행이 주 고객인 단기 자금시장 세 곳은 사실상 경쟁체제였습니다. 경제상황과 Fed의 규정 변화 등에 따라 한때는 재할인 시장이, 또 한때는 콜시장이 주력 단기자금 시장으로 뜨기도 했습니다 1913년 Fed 설립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국의 3대 단기자금 시장은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지금은 연방기금 시장이 승자인 셈입니다. 그 바람에 연방기금 금리가 기준금리로 구실하고 있는 것이지요.

②연방기금(Federal Fund)은 얼마나 커요?
연방기금의 규모는 경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합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많이 해줄 땐 줄어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기업과 가계가 돈을 많이 빌리지 않거나 은행이 떼일까 무서워 돈을 빌려주기 꺼리면 연방기금이 불어납니다. 요즘은 8000억 달러(약 950조원) 정도 됩니다. 시중은행 등 2500여 금융회사가 무담보로 연방기금을 빌려씁니다. 이때 연방준비제도(Fed)가 적용하는 금리가 바로 연방기금 금리입니다.

연방기금은 재할인시장이나 콜시장보다 늦게 자리잡았습니다. 통화정책 전문가들은 1920년대 중반쯤부터 연방기금 거래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공황 한해 전인 1928년 Fed가 거품을 진정시키기 위해 재할인과 콜자금을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돈 줄이 막힌 시중은행 등이 연방기금 쪽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연방기금 거래가 더욱 급증했습니다.

연방기금은 한때 연방준비금(Federal Reserve)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주정부 차원의 여유자금(은행간 단기자금) 시장과 구별하기 위해 ‘연방(Federal)’이란 말을 썼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에선 주별로 은행간 단기자금 시장이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 이름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속에 바로 연방준비금(은행간 단기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물론 Fed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달러를 찍어내는 일입니다.

③연방기금 금리는 두 개

연방기금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됩니다. 이 금리는 실제(실효) 금리라고 합니다. 반면 연방준비제도(Fed)가 결정한 ‘목표 금리(Target Rate)‘가 따로 있습니다. Fed가 목표금리를 1%로 정했다면, 채권 등을 사고 팔아 실제 금리가 1% 선에서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한 셈이다.

예를 들어 15일 현재 Fed의 연방기금 목표 금리는 0~0.25%입니다. 실제 연방기금 시장의 금리는 0.13~0.14%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연방기금 실제 금리가 Fed의 목표 금리에서 크게 벗어나 움직일 때도 있었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져 있던 2008년 중반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Fed의 목표 금리는 2%였습니다. 하지만 자금 경색(돈 갈증) 때문에 시중은행의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했습니다. 그 바람에 연방기금 실제 금리가 3%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 Fed는 달러를 시장에 투입하며 이상 급등을 진정시켰습니다.

시중은행이 무는 연방기금 금리는 연간 단위입니다. 금리가 1%이라면 연 1%란 얘기입니다. 시중은행이 부담보로 1억 달러를 하루 빌리면 1%를 365로 나눈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지요.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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