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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가입, 아직 시간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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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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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결론은 ‘TPP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기(失期)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무역의 표준과 흐름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정부를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그 이유는 한국의 경우 이미 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뉴질랜드를 빼고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와의 교역 규모는 수출입을 모두 합쳐 120억달러(14조2000억원)로 미미하고, 뉴질랜드와의 FTA는 오는 20일 발효된다.

따라서 사실상 TPP 체결에 따라 영향을 받을 국가는 일본 밖에 없다. 일본은 현재 대부분의 공산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평균 관세율 12.1%로 일본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매긴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일본과의 무역수지는 더욱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TPP는 미·일 FTA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TPP는 세계적인 경제대국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는만큼 이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TPP 12개 참가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28조달러로 세계경제의 39%를 차지한다. 이 역내(域內) 공급 체계에 들어가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TPP 불참에 따라 무역의 무게가 지나치게 중국으로 기울어지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TPP는 참여국들의 국내 비준 과정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아직 시간은 있다. TPP 참여에 따른 경제적 실익 외에 국제정세 변화 같은 정무적 요인까지 충분히 감안하면 늦게라도 TPP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