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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 마피아와 IS…공생 혹은 적대관계

중앙일보

입력

독일 30년 종교전쟁을 끝내고 영토 국가를 근대 국가체제의 초석으로 놓은 베스트팔렌 조약(1648년) 이후 국가와 대적할 만한 조직은 없었다. 초국경·다국적기업 등이 성장했고 유럽연합(EU) 같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등장했지만 국가 중심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테러단체가 등장하며 국가(State)에 대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을 포함한 유엔이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조직에 대한 반격에 나섰지만 비정규 테러를 가하는 세력을 뿌리뽑긴 어렵다. 이들은 비공식·불법 경로를 통해 은밀히 움직이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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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스틸로 갱스터 매거진]

테러단체의 창궐에 전세계가 공포에 떨며 또 다른 어둠의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밤의 황제’라 불리는 마피아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11일(현지시간) ‘마피아(Mafia)와 이슬람국가(IS)’라는 제목으로 이탈리아 마피아와 관련된 IS 움직임을 보도했다.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은 거대한 경제조직으로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 중 하나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세력 중 하나인 카모라(Camorra)가 최근 IS 견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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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스틸로 갱스터 매거진]

나폴리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카모라는 ‘카스텔볼투르노의 눈’이라는 나이지리아 마피아 조직과 동맹을 맺고 호텔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이 인신 매매와 무기 밀수 등을 통해 돈을 버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데일리비스트는 IS가 테러리즘의 모델을 구상할 때 ‘카스텔볼투르노의 눈’을 참조했다고 분석했다.

당초 카모라와 다른 폭력조직 들은 IS를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했다.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26)도 지난 8월 폭력 조직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를 경유해서 파리로 들어갔다. 하지만 IS의 세력이 커지고 마피아 사업에 악영향을 주며 생각이 바뀌었다. 전직 이탈리아 정보 기관 관계자는 “마피아는 이탈리아에서의 테러는 자신들만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IS가 자신의 영토에서 테러를 저지르거나 영향력을 확대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감시 강화도 마피아가 IS에 불만을 가지게 된 이유다. 공항과 항만을 비롯해 쇼핑센터 등 주요시설에 대한 감시가 지속화되며 마피아의 각종사업에 악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테러 경보단계를 상향하고 700명 이상의 군인을 주요 시설에 배치해 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마피아가 직접 나서 IS 등 테러 단체에 대한 감시에 나서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보기관에서 근무했던 전직 요원은 마노라마 매거진에 “이탈리아 정부는 사실상 마피아와 함께 테러리즘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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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스틸로 갱스터 매거진]

실제로 최근 경찰에 붙잡힌 나이지리아 마피아 출신 한 남성은 “IS 쪽에서 로마와 밀라노 지역의 테러를 위해 사전 답사 및 사진촬영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며 “’카스텔볼투르노의 눈’ 쪽에서는 사진과 지도를 제공하고 준비를 마쳤지만 이탈리아 마피아인 카모라 쪽에서 IS를 돕는 걸 거절했다”고 밝혔다. IS는 파리 테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런던·워싱턴DC와 함께 로마를 다음 타깃으로 공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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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노 신디케이트의 부두목 지오반니 감비노. [트위터 캡처]

지난달엔 미국 뉴욕의 대표적 마피아 조직인 ‘감비노 신디케이트’가 IS로부터 뉴욕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감비노의 부두목인 지오반니 감비노는 NBC에 출연해 “우리가 미 연방수사국(FBI)보다 IS로부터 빅애플(뉴욕)을 잘 보호할 수 있다”며 IS와 전쟁을 선포했었다. 당시 감비노는 “마피아 조직원들이 시민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정부보다 뉴욕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감비노는 뉴욕 5대 마피아 중 하나다.

하지만 마피아가 반(反) IS 전선에 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테러리스트는 마피아의 큰 손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무기 감독 단체의 국장인 카를로 톰볼로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은 시칠리아나 카라브리아 같은 이탈리아 남부지역을 마피아의 비호 아래 통과하고 있다”며 “테러리스트의 무기도 마피아 등이 조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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