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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진단 논란 뒤, 갑상샘암 수술 3분의 1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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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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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7년간 매년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아 온 직장인 김희수(32·여)씨는 올해에는 검사를 받지 않았다. 김씨는 “어머니가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해 나도 엄마처럼 암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하며 꼬박꼬박 검사를 받았는데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갑상샘암 초음파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뒤 마음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3월 의사들 “검사 중단” 주장
1년 만에 4만3000 → 2만8000건으로
복지부 “증상 없으면 검진 불필요”
진행 속도 느려 수술 권장 안 해

 국내의 갑상샘암 수술 건수가 1년 만에 3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의료계에서 갑상샘암 과잉 진단 논란이 제기되면서 김씨처럼 조기 발견을 위한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했더니 2014년 4월부터 1년간 국내 갑상샘암 수술 건수는 2만8000여 건으로 2013년 같은 기간(4만3000여 건)에 비해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주장했다. 그는 “갑상샘암 발생 건수도 1년 새 30%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는 사람이 감소해 암 발견 자체가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 교수의 논문은 세계적 권위를 가진 의학전문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렸다. 이 연구에는 길버트 웰치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도 참여했다.

 한국은 2008년에 인구 비례상 세계에서 갑상샘암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나라가 돼 그 ‘위치’를 계속 지키고 있다. 2002년 5438명이던 환자 수가 2012년 4만4007명으로 급증했다. 인구 10만 명당 73.6명(2012년 기준)이 암으로 진단받았다. 이는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과잉 검진이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건강검진 때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외국에서 검사를 별로 하지 않는 것은 갑상샘암은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환자의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갑상샘암 환자 수는 폭증했지만 사망자 수는 10년째 연간 300명 안팎으로 큰 변화가 없다. 안 교수는 “갑상샘암 중에서도 공격적인 암(미분화암)이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데다 조기 발견해도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외에 일반적인 갑상샘암(유두암)에 걸렸을 때는 수술을 해도 살고 안 해도 산다”고 설명했다. 이용식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일찍 발견해 수술하는 것에서 얻는 이득이 별로 없다. 오히려 칼슘 대사 저하, 목소리 변화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고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3월 동료 의사 7명과 함께 ‘갑상샘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중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안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갑상샘암 과잉 진단을 다룬 논문을 NEJM에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논문에 대해 보도하면서 한국의 상황을 ‘갑상샘암의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그냥 내버려둬도 될 암까지 찾아내는 검사가 수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7대 암 검진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면서 ‘증상이 없는 성인은 갑상샘암 초음파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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