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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 신은 선동가는 옛말, 모델 뺨치는 유럽 극우 리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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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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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정연한 화법과 깔끔한 외모로 지방선거 돌풍을 일으킨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리옹 마레샬 르펜. 오른쪽은 패셔니스타 못지 않은 외모와 복장으로 ‘신나치주의자’ 이미지를 바꿔놓은 독일 극우정당 독일민족민주당(NPD)의 프랑크 프란츠 대표. [사진 FN 홈페이지]

“내가 승리한다면 방만한 복지예산부터 삭감할 것입니다.”

프랑스 지방선거 돌풍, FN의 르펜
금발 미모 … 홈피가 패션 화보 같아

당 해산 위기 독일 NPD의 프란츠
맞춤정장만 입는 미남 패셔니스타

 지난달 프랑스 지방선거 TV토론에 한 젊은 금발 여성이 등장했다. 상대방의 약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공격에 상대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여성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리옹 마레샬 르펜(25). 상대방은 사르코지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제1야당 공화당(Les Républicains)의 거물 정치인 알랭 쥐페(72)였다.

 지난 6일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의 ‘원더 걸’은 FN 창설자 장 마리 르펜(87)의 손녀이자 현 당대표 마린 르펜(47·여)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었다. 그는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방선거에 출마해 1차 투표 1위에 올랐다. 집권 사회당이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후보를 사퇴시키면서 13일 결선투표에서 그가 승리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마린 르펜이 아버지의 반유대주의·인종주의와 결별하며 FN의 이미지를 ‘탈색’시켰다면, 미리옹 르펜은 완전히 달라진 이미지를 연출한다. 검은 바지정장이나 흰 셔츠 차림의 마리옹 르펜은 ‘이미지 메이킹’의 명수다. 완고한 극우파 노인이었던 할아버지나 독설가·선동가 이미지의 고모와도 딴 판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믿음직한 사진들이 패션 화보처럼 소개돼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능해 어린양을 안고 있거나, 시민들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끊임없이 올린다. 프랑스 언론들은 그의 정치노선이 고모보다 할아버지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인종주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이민자 문제에 대해선 할아버지의 노선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유럽 극우정당의 변신은 프랑스뿐이 아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 심판을 진행 중인 극우정당 독일민족민주당(NPD) 프랑크 프란츠(37) 대표는 잘생긴 외모에 맞춤정장을 고집하는 ‘패셔니스타’다. 인스타그램에는 이탈리아 스타일 정장과 포켓스퀘어(정장상의에 꽂는 손수건), 컬러풀한 재킷을 입은 스마트폰 셀프카메라 사진이 가득하다. “너희들(이민자)을 환영하지 않으니 꺼져라”는 페이스북 글을 읽지 않는다면 극우정당 대표란 걸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민머리(스킨헤드)에 군화, 가죽점퍼와 문신으로 대표되던 ‘신 나치주의자(네오나치)’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극우파들은 차림새부터 달라졌다. 지난 2월 연합군의 드레스덴 폭격 70주년을 맞아 열린 네오나치 집회 참석자들은 스키니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은 평범한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독일 언론들은 올해 ‘닙스터’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힙합음악 등 하위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힙스터(Hipster)’와 네오나치(NeoNazis)를 합친 말이다.

 독일 네오나치 전문가 펠릭스 휘스만은 도이체 벨레(DW) 방송 인터뷰에서 “네오나치들은 대중 앞에서 어떻게 옷을 입고 행동해야 하는지, 젊은이들을 어떻게 포섭해 세력을 키울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인종주의 같은 이념적 기반이 달라진 건 아니며 오히려 10대 청소년들의 극우성향이 확대될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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