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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보면 되더라고요, 일단 질러요”…세계 무대서 통한 록밴드 솔루션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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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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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인디밴드 솔루션스 보컬 박솔, 드럼 박한솔, 기타 나루, 베이스 권오경. [사진 마리북스]

재미있는 놀이이자, 다른 사람들과 교감하는 통로.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고, ‘잘 살고 있구나’ 느끼게 해주는 것. 록밴드 솔루션스에게 음악은 늘 그런 존재였다. 가장 하고싶은 일도,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도 음악이었다. “하고싶은 일이 있어도 내 능력이 애매한 것 같고,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안 서면 어떡하죠?” 기자의 우문(愚問)에 솔루션스의 네 청년들은 답했다. “결과를 보지도 않고 미리 ‘안 될 거야’ 생각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것 같아요. 해봐야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도 받죠. 하고싶은 게 있다면 일단 질러요!”

최대 음악마켓 SXSW페스티벌 등
결성 3년 만에 일본·유럽투어도
『Do it, 그냥 해봐!』 성장기 책도 내

 매사 꼼꼼해 밴드의 엄마 같은 존재인 보컬 박솔(30), 무심한 듯 챙겨주는 아빠 스타일의 기타 나루(31), 맏형이면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는 베이스 권오경(33), 유유자적 평화주의자 막내 드럼 박한솔(27)로 구성된 록밴드 솔루션스는 2012년 결성됐다. ‘4인4색’ 솔루션스의 음악은 청량음료처럼 경쾌하다. 완성도 높은 합주와 보컬의 시원시원한 음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각자의 길을 걸어오다 자연스럽게 뭉치게 된 네 사람은 그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다. 국내 단독 공연은 물론 미국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마켓 SXSW 페스티벌, 일본 섬머소닉 페스티벌 무대 등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럽 5개국 6개 도시 투어 공연을 다녀오기도 했다. 결성 3년차 밴드답지 않은 활약이다.

 박솔=“유럽투어는 특히 힘들었어요.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대중교통으로 공연장까지 찾아가는데 막상 가보니 기타 앰프도 제대로 안 갖춰진 공연장이고…. 그래도 밴드에게는 큰 성장의 계기가 됐죠.”

 박한솔=“지구력이 생긴 것 같아요. ‘이제 웬만한 건 다 버틸 수 있어’ 이런 거요. 물론 다시 하라고 하면 망설이겠지만요.(웃음)”

 노력의 결실일까. 지난 6월 발매된 2집은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지미 더글라스와 함께 작업했다. 그와는 국내 뮤지션을 발굴해 해외에 진출시키는 프로그램인 서울국제뮤직페어에서 인연을 맺었다. 솔루션스를 관심 있게 지켜본 한 출판사의 제안으로 책도 펴냈다. 네 멤버가 함께 쓴 책 ?Do it, 그냥 해봐!?에는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듣게 된 너바나와 라디오헤드 CD 2장으로 음악에 입문해(박솔), 악기 살 돈을 마련하고자 여관방 생활을 하며 공장에서 일하고(나루), 하루하루 손끝에 피가 맺힐 정도로 연습하면서도(권오경), 그저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악을 선택한(박한솔) 각자의 성장기가 담겨있다.

 나루=“음악은 내가 스스로에게 충실하고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수많은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고 그 과정이 있기에 앞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곤 해요. 그런 제 생각들을 책에 담았어요.”

 권오경=“사실 전 책 제목처럼 온전히 ‘그냥 해보는’ 삶을 살진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하고싶은 일을 망설이고 있으면 꼭 일단 해보라고 말해요. (하면 될까요?)네. 되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솔루션스가 가장 많이 한 대답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됐다”는 거였다. 그 대답이 인터뷰 중에는 퍽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솔루션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대답은 그들로서는 가장 최선인 대답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하지만 경쾌하게 이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솔루션스의 성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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