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해도 216명 자전거 사망, 안전 지도자부터 키우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기사 이미지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화 신고 산에 올랐다간 안전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금물이다. 중앙일보는 ‘레포츠, 안전 365’를 통해 즐겁고 안전하게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레저 스포츠 시대가 활짝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국내 레저스포츠 활동 인구가 60여개 종목에 걸쳐 연간 40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한다. 보는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올해 역대 최다관중(760만) 기록을 세운 가운데 직접 참여하는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레포츠 인구 늘며 사고도 급증
등산객 구조요청 13년 새 3.5배
이용자들 체력 과신 등도 문제
헬스클럽 부상 사고도 크게 늘어
일본, 각 분야별 안전 지도자 둬
“한국도 공인 기관서 전문가 양성을”

 중앙일보는 지난 4월부터 연중 기획 시리즈 ‘레포츠, 안전 365’를 통해 자전거·등산·캠핑·수영·모험스포츠 등 레저스포츠의 안전망과 실내·외 경기장 안전 시스템을 점검했다. 8개월여의 취재 결과 국내 레저스포츠는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데 비해 안전의식이나 시설은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자격 안전 요원을 배치하거나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캠핑장과 모험스포츠 시설을 확인했다. 반대로 이용자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다가 사고를 당한 사례도 많았다. 안전하게 레저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선 업주와 이용자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국민 레포츠’로 불리는 등산과 자전거만 봐도 그렇다. 줄잡아 1800만명이 즐기는 등산과 1200만명이 타는 자전거는 늘어나는 이용 인구만큼 사고도 급증했다. 경찰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자전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216명이나 됐다. 다친 사람은 1만5039명이다. 한달 평균 사망자는 24명, 부상자는 1671명이다. 지난해 평균 사망자 23.9명·부상자 1510명을 웃도는 수치다. 국민안전처가 조사한 산악사고로 인한 구조 요청 인원은 2001년 2690명에서 지난해 9559명으로 13년새 3.5배 증가했다.

 안전 시스템 구축 못지 않게 이용자들의 안전 불감증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레저스포츠에 참여할 때는 기본 수칙을 인지하고, 적절한 장비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 착용이 필수고, 등산을 할 때는 발에 맞는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임성근 한국생활자전거협회 이사장은 “헬멧만 제대로 써도 자전거 사고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혁 국립공원관리공단 안전대책부 과장은 “구두 뿐만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바위 등산로를 오르면 미끄러져 낙상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 미끄럼을 방지하고 발목을 보호하는 등산화는 필수 장비”라고 설명했다.

 헬스클럽이나 피트니스센터에서의 사고도 크게 늘고 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지난달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레포츠 활동 중 부상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헬스클럽을 이용하다가 부상을 당했다’는 답변이 19.2%로 가장 많았다. 수영(13.4%), 배드민턴(11.2%), 등산(9.4%)이 그 뒤를 이었다. 김범수 성신여대 운동재활복지학과 교수는 “피트니스센터에서의 사고는 대부분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을 하다 일어난다.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해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포츠·레저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전문 지식을 갖춘 안전 지도자를 양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레포츠 안전을 위해 지도자를 양성하고,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악 지형이 많은 캐나다 앨버타 주에선 스키·캠핑 등 여러 분야에 걸쳐 1000여명의 안전 관리 지도사가 활동하고 있다. 앨버타 주 나키스카 스키 리조트에서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데이비드 루스(40)는 “안전관리 요원 전원이 다양한 상황에 따른 응급처치 교육을 받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시험을 봐야 하는 등 자격 심사도 엄격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04년부터 국가스포츠안전센터(NCSS, National Center for Sports Safety)를 두고 총 1만8000여명의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체계적인 안전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일본은 응급처치, 부상관리 등 분야별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스포츠 안전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박영대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은 “국내에선 매년 1만2000여명의 스포츠 지도자가 배출되고 있지만 안전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없다. 공인 기관에서 안전관리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캘거리=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