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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수 “칠레 월드컵서 부족함 느껴” … 왕년의 거미손들에게 한 수 배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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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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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클리닉에서 안준수(왼쪽)를 지도하고 있는 김범수 코치. [사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전·현직 골키퍼 코치들 재능 기부
초·중·고생 60명에게 노하우 전수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한 무리의 키 큰 청년들이 젖은 그라운드에 연신 몸을 던졌다. 각급 대표팀과 프로축구 팀에서 활동 중인 전·현직 골키퍼 코치들이 개최한 골키퍼 클리닉 현장이었다.

 참가자 중에는 지난 10월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서 잇따른 선방으로 한국의 16강행을 이끈 안준수(17·의정부 FC)도 있었다. 안준수는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뒤 갈 길이 멀다는 걸 느꼈다. 깨달은 약점을 보완하고 싶어 클리닉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2박3일 일정으로 10일 시작한 이번 행사는 1급 골키퍼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코치들의 모임 ‘키퍼 2004’가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후원을 받아 개최했다. 김현태(54) FC 서울 스카우트팀장, 최인영(53) 용인 FC 코치, 김범수(47) 여자대표팀 코치, 최익형(42) FC 안양 코치, 신범철(45) 수원 삼성 코치 등 왕년의 ‘거미손’ 18명이 국내 초·중·고 엘리트 골키퍼 60명(남자 40명·여자 20명)을 나눠서 가르쳤다.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30·수원)은 넥워머 80개를 제공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론 교육도 병행했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 윤영길(46) 한국체대 교수는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스포츠영양학자 강형숙(53) 동아대 교수는 바람직한 식습관을 가르쳤다. 안준수도 동료 선수들 앞에 ‘깜짝 강사’로 나서 U-17 월드컵 본선의 경험을 들려줬다. ‘안준수 특강’을 기획한 김범수 코치는 “국제대회에 나설 기회가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에겐 월드컵 체험담도 의미 있는 간접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안준수는 “월드컵이 끝난 뒤 우리 팀 경기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계속 돌려봤다. 실점 장면은 셀 수 없이 봤다”며 “외국 선수들의 슈팅 타이밍이 반박자 빨라 깜짝 놀랐다. 경험 많은 선생님들께 노하우를 배워 더욱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클럽 의정부 FC에서 기량을 키워 17세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성장한 안준수는 “골키퍼들은 늘 소외돼 있다. 골키퍼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규택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은 “골키퍼 클리닉은 재단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올해가 10번째”라면서 “내년엔 예산을 증액하고 클리닉 출신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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