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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미래유산, 오래된 식당에서 밥 먹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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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인구 천만을 넘나드는 거대 국제도시 서울에서 과거로의 음식 여행이 가능할까? 오래전 ‘서울의 음식문화’라는 책을 쓰면서 서울 전통음식을 몸소 지켜가는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서울음식 역사의 유구함과 이를 보존하는 분들의 애정과 열정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때 만났던 분들이 돌아가시면서 동시에 서울음식 고유의 맛과 정신 또한 사라지는 것 같아 늘 아쉬웠다. 이제 어디에서 진정한 서울음식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2013년 우리 민족이 수천 년 이어 온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외에도 조선왕조 궁중음식이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다양한 전통주들이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조선 시대 500여 년, 그리고 근현대로 이어지는 생활문화의 전통과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음식은 그 자체가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아무리 찬란한 문화유산일지라도 우리가 즐기고 누릴 때 그 빛을 발한다. 서울의 오래된 식당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서울음식을 먹고 누릴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손쉽게 서울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이 오래된 숙제였다.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서울시가 근현대의 기억과 감성을 지닌 오래된 식당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랍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2013년부터 시행된 서울미래유산 사업의 시민생활분야 미래유산 상당 부분이 바로 예전부터 찾던 근현대 서울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었다.

  당장 집 근처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꼬리곰탕 식당을 방문했다. 이러한 식당은 비교적 값이 저렴하고, 서울시민의 손때 묻은 공간이었다. 물론 오래된 일류 한식당도 있었지만 대부분 오랜 세월 동안 세대를 거쳐 운영하는 형태로 내려왔기 때문에 낡고, 앞으로의 존속이 위태로워 보였다.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하였으니 존속을 위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오래된 식당을 찾는 서울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이 찾지 않는다면 이러한 식당들은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오래된 음식들을 외면한다면 고유의 서울음식 문화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보존을 위해서는 그 가치를 공감하는 시민들이 시간을 내어 찾아가는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 국제화되어가는 거대도시 서울의 음식문화를 이루고 있는 주인공은 골목에 숨겨진 오래된 한식당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집 근처의 오래된 서울 식당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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