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노무현 정부 때 정책도 반대, 야당 순수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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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촉구하며 “우리 정치권도 당리당략적인 것은 좀 내려놓으시고 이렇게 우리 국민의 삶을 위하고 희망과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나서 주기를 대통령으로서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정책까지 언급하며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의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을 비판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다. 지난 5일 프랑스·체코 순방에서 돌아온 후 ‘안종범 경제수석 브리핑’(6일)→‘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7일)에 이어 세 번째로 청와대에서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서비스산업법 처리 지연 질타
야당의 노동개혁법 반대 겨냥해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됐다”

“IS, 한국 테러방지법 없는 것 알아
테러로 국민 피해 땐 국회도 책임”
“고액기부 세제혜택 확대 홍보를”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발표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에도 보건·의료 분야가 분명히 포함돼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분야가 중요 하다’고 강조했다”며 “그런데 이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해야 한다면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데, 집권하던 시절에 적극 추진하던 정책을 이제 와 반대하면 과연 누가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자리 창출법은 수년째 외면하며 ‘일자리 만들라’ ‘일자리가 시급하다’ ‘경제가 걱정이 된다’, 맨날 이런 소리만 외치면 뭐하느냐. 이제 와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자고 하면서 법 통과를 안 하고 있는 것, 이것은 어떻게 우리가 해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노동개혁법안과 관련해선 사실상 야당을 겨냥해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란 표현을 썼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낡은 노동시장 구조를 고집하면서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여야가 즉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던 노동개혁법안은 여야 합의 후 일주일이 다 될 때까지 논의에 진전이 없다.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해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돼 되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약속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법·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도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며 “선거에서 선택을 하는 것도 우리 국민이 (하는 것) 아니겠느냐. 지금 정치권에서 온통 선거에만 신경 쓰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이런 기본적인 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안다. 이슬람국가(IS)도 알아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데도 천하태평으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을 수가 있겠느냐”며 “앞으로 상상하기 힘든 테러로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됐을 때 그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국민들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5000여 자의 원고를 14분간 읽어 내려가면서 절반 이상의 시간을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데 썼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기부 여력이 있는 분들이 보다 많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고액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이 내년부터 확대되는데 이런 사실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내각에 지시했다. 국회는 지난 2일 고액 기부금의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고, 고액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현행 25%에서 30%로 높인 내용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글=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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