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가 먹은 음식물 쓰레기, 친환경 퇴비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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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환씨가 음식물 분해에 쓰이는 동애등에와 에벌레로 만든 사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7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충북곤충체험학습장. 150㎡ 규모의 온실에 들어서자 캐비넷 13대가 줄지어 서있다. 문을 열자 두부 상자 모양의 노란색 용기가 층별로 꽂혀 있었다. 용기 안에서는 2㎝ 남짓한 곤충 애벌레 수천 마리가 음식물 쓰레기와 톱밥과 뒤섞여 꿈틀대고 있었다. 5분쯤 뒤 시큼한 냄새가 났다. 박기환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대표는 “4시간 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뒀으니 지금 한창 먹어치우고 있을 것”이라며 “오늘은 애벌레가 좋아하는 짠 음식이 많아 분해 활동도 왕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기환 충북곤충자원연구소 대표
동애등에 활용 분해 시설 문 열어

 곤충 애벌레를 이용해 하루에 음식물 쓰레기 700㎏을 완전 분해할 수 있는 시설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충북 청주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친환경 곤충인 동애등에를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을 가동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지난 6월 공사를 시작해 5개월 만에 완공된 이 시설은 음식물 쓰레기 저장·처리·건조 시설과 동애등에 산란 시설 등을 갖췄다. 청주시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12월 특허출원을 마쳤고 조만간 특허등록도 앞두고 있다.

 동애등에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음식물 쓰레기 분해 기술이 뛰어나다. 이곳에서도 애벌레 50만 마리가 단 이틀 만에 음식물 쓰레기 1.4t을 처리한다. 에벌레에서 번데기로 변하기 전인 15일 동안 이런 활동을 한다. 박관호 농촌진흥청 박사는 “분해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제거되고 퇴비물의 염분 비율도 2% 이하로 낮아져 친환경적인 유기농 퇴비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환 대표가 개발한 이 시설은 음식물 쓰레기 4~5㎏을 담을 수 있는 용기에 톱밥과 동애등에 애벌레를 1대 1 비율로 넣도록 설계됐다. 용기가 들어 있는 캐비넷은 애벌레의 먹이 활동이 가장 왕성한 섭씨 25~28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 자란 애벌레와 번데기는 말린 뒤 닭이나 물고기 사료로 만든다. 사료는 한 달에 2t가량 생산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동애등에는 한 번에 1000개의 알을 낳고 일반 미생물에 비해 유기물 분해 속도가 7배나 빨라 사업화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청주시도 지역 농가들과 함께 곤충산업연구회를 운영하는 등 곤충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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