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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제품 메이커 영 GEC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우리나라에도 이미 잘 알려진 영국의 GEC(General Electric Company)는 산하에 1백50개의 회사와 「만여명의 고용인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적인 거대기업그룹이다 .
많은 사람들은 이름만 보고 전기회사 내지 발전설비 메이커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는 생산품목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고 다양하다.
오히려 전기제품 또는 발전설비보다는 뇌자및 광섬유등 최신기술제품 분야의 비중이 훨씬 높다.
GEC그룹은 생산제품과 공정의 관련도를 기준해서 8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고용인 17만여명>
첫째는 항공전자·우주산업장비·국방장비·수중장비·레이다시설 등을 생산하는 전자부문, 둘째는 통신시설 및 기자재·사무용기계·광섬유계통을 망라하는 통신및 사무용기계산업, 세째 계량기계 와 도구·기계자동화 장치를 맡고 있는 자동화및 통제기계부문, 넷째 의학·의료기계부문, 다섯째 가스터빈·디젤엔진, 그리고 에너지관련제품을 만들어내는 전력부문, 여섯째 변압기·스위치기어·견인차·케이블및 와이어등을 생산하는 전기제품부문, 일곱째 냉장고·TV·세탁기 등 가정용 전기제품을 제조하는 소비자용품 부문, 끝으로 GEC제품을 판매·수출하는 유통·무역부문(주로 외국설립 현지법인)이다.
이 가운데 그룹의 중추를 맡고 있는것은 전자·전기부문으로 작년도(83.4∼84.3) 총매출의 42%를 차지했다.
작년도 GEC의 총외형은 56억파운드(당시 환율로 약84억달러), 이익금이 6억7천만파운드이며 여기서 2억7천만파운드를 세금으로 납부했다.
전체매출 가운데 수출이 절반을 넘는 27억파운드여서 영국석유 다음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GEC는 규모와 회사수에서 방대할뿐아니라 속이 알찬것으로 이름났다.
고정자산 9억8천만파운드에 유동자산이 39억파운드인데 부채를 뺀 순유동자산이 39억파운드에 이르고 있다.
해마다 흑자를 기록, 현재 현금자산만도 16억파운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신문들은 최근 GEC가 증권시장에서 1억파운드를 투입, 주식을 재매입하자 16억파운드(약1조7천억원)의 현금 산덩이를 갖고 주식시장으로 쳐들어오고 있다고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주식을 재매입하는 이유는 유출되는 배당금을 회사로 긁어모으자는 계산에서다.
GEC는 1880년대 초 런던시내 시티(런던시내 금융중심가)에서 「구스타브·빙」과 「유고·허스트」라는 두사람이 전구등 초기전기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개업한 것이 시초다.
차차 규모가 커져 제너럴 일렉트릭 아파라투스 컴퍼니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렸고 주문이 급증, 물건이 달리자 직접 생산 조달하기 위해 1887년 맨체스터를 시발로 전기제품 생산공장을 차리기 시작했다.
DEC는 승승장구, 성장을 거듭했고 1967년및 68년 대합병이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비약했다.
67년엔 같은 계통의 어소시에이티드 일렉트리컬 인더스트리스를, 그리고 68년에는 라디오를 개발, 일약 유명해진 말코니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잉글리시 일렉트릭을 흡수 합병했다.
그후로도 GEC는 많은 기업을 인수했다. 계량기계를 생산하는 애버리, 신체내부를 정밀촬영하는 의학기계를 제조하는 피커인터내셔널 등을 인수했다.
이렇게해서 가스터빈·디젤엔진의 상표 러스통, 전자·통신제품의 상표 말코니, 계량기계의 애버리등 많은 세계적 브랜드가 GEC의 성가를 높여주는 결과가 됐다.

<철저한 분권경영>
방대한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GEC가 계속 쾌조의 순항을 하고 있는 것은 철저한 분권경영(회사별책임경영)과 과학·기술개발의 대담한 투자덕분이다.
GEC의 홍보부장 「피터·질리브란드」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와인스톡」경이 지난 63년 전무로 취임한 이후 회사별 책임경영, 즉 분권경영체제를 확립했다.
런던 GEC본부에는 임원과 최고정책참모를 포함해서 1백명밖에 없으며 각 회사가 각각 전무(managing director)를 정점으로 책임경영제로 되어있다.
각 회사는 매월 경영실적보고서를 본부에 내고 매니징 디렉터들은 1년에 한번 예산책정회의때 본부에 나타나는것 이외는 공식적으로 얼굴을 내미는 일이 없다.
일상적인 경영협의는 통신수단을 사용해서. 처리하고 있다.
분권경영이후 경영성과도 향상되었을뿐 아니라 영국에서 흔한 노사분규도 훨씬 줄었다고 「질리브란드」씨는 설명했다.
GEC는 회장에 거물을 영입하는 관례를 갖고 있다.
현재는 고용상과 북아일랜드상을 지낸 「제임즈·프라이어」씨이고 그 전임회장은 현재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사무총장인 「캐링턴」경이었다.
「질리브란드」부장은 GEC의 회장은 말하자면 대사라면서 그가 하는 일은 세계를 상대로 세일즈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책임은 어디까지나 매니징디렉터(와인스톡경)에 귀속된다.
그래서 보수도 회장보다는 매니징 디렉터가 두배다(현재 12만파운드). 과학기술의 투자는 작년에 총매상의 11%에 해당하는 6억파운드를 연구개발 자금으로 투입했을 만큼 최우선 순위를 두고있다.
GEC는 미·일·서독·프랑스의 경쟁기업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과학·기술투자를 하는 길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질리브란드」씨는 반문했다.
GEC의 경쟁기업은 미국의 GE를 비롯해서 서독 지멘스, 일본의 히따찌·마쓰시따, 프랑스의 CGE 및 톰슨 등이다.

<정치헌금 완전외면>
현재 GEC가 진행중인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부피와 무게를 대폭 줄인 배터리 ▲닿기만 하면 감지반응을 하는 로보트 ▲자동적으로 공장이 돌아가도록 하는 지식주입 자동장치 ▲세계 어느곳이나 교환대 기능을 할수있는 전환교환장치 ▲인공위성에 연결, 고속으로 정보자료를 공급하는 처리장치 ▲태양열을 이용한 온방장치 등이다.
GEC는 직접 과학기술투자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뿐 아니라 실업자 구제대책의 하나로 일종의 사회사업기구로 작업실무 센터를 설립, 실업자 또는 불구자들에게 일을 배울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있다. 이 기관은 완전히 비영리단체로 운영하고 있다.
GEC는 영국내에서 손꼽는 대기업인데도 정치헌금을 안하는 방침을 지키고있다.
GEC의 연례결산보고서를 보면 자선단체에 얼마를 냈다는것을 밝힌 다음 정치헌금을 하지 않았음을 명기하고 있다.
작년에 GEC가 사회자선단체에 희사한 금액은 모두 20만6천파운드, 우리돈으로 2억1천만원 남짓하다.
「질리브란드」씨는 1백년의 전통과 뿌리내린 분권경영, 그리고 과감한 과학기술투자 때문에 GEC는 앞으로 계속 국제경쟁에서 이겨나갈 자신을하고 있다고 앞날을 낙관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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