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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화사한 매화검과 부드러운 무당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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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16강전 1국>
○·김지석 4단 ●·스 웨 5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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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11~26)=우변 11은 하변을 의식한 압박. 우변 백의 집을 굳혀주는 대신 15까지 옹벽을 쌓고 하변 19로 세력의 입체화를 완성한다.

 수순 중 우변 18에 흑이 20으로 올라서는 건 하수의 전형. 발이 느려서 대세의 요처를 놓치기 십상이다. 하변 19가 놓이기 전에 백이 먼저 하변을 가르면, 흑이 20으로 올라서서 굳히는 실리의 기쁨보다 하변 세력을 양분하는 급소를 얻어맞는 아픔이 훨씬 크다.

 상대가 외면한 곳이니 20의 젖힘은 기세. 흑 한 점을 제압했으나 17은 이미 ‘우변 백의 확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마친 데다 이곳은 언제든 흑A로 젖혀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손해도 아니다.

 선수를 취해 좌상귀 21로 쭉 뻗은 스웨의 손속이 가볍다. 김지석의 화려하고 날카로운 화산 매화검은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는데 23, 25의 정석으로 안정하는 흑의 흐름은 바람처럼 부드럽다. 김지석이 화사한 매화검이라면 스웨는 부드러움 속에 강력한 힘을 풀어 녹이는 무당검이다.

 23의 시점에서 ‘참고도’의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백9, 11로 따낸 모양이 두텁지만 흑도 좌상귀와 하변을 둘 수 있어 나쁘지 않다. 검토실에선 좌하귀 B나 우상귀 육박을 백의 다음 한수로 꼽았는데 우상귀 문턱에 백매 한 송이 터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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