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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전 지역 50곳 표심 따라 ‘의회 권력’ 움직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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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6 면

총선은 정치적으로 울퉁불퉁한 운동장에서 치러진다. 전국을 246개의 조각(지역구)으로 나눠 진행되는 국회의원 선거의 특성상 지역 구도나 유권자 구성 등이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곳이 있는 반면 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는 평평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상수(常數)라면 후자는 선거의 판세를 결정하는 변수(變數)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힘의 균형이 평평한 곳, 즉 ‘격전지’를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SUNDAY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20대 총선에서 여야가 뜨겁게 맞붙게 될 격전지를 집중 분석해봤다.


#서울 양천을은 총선 때마다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지는 여야의 최대 격전지다. 지난 세 차례의 선거 모두 득표율 4%포인트 안에서 승패가 갈렸고 2004년 17대 총선 당시 1~2위 후보 간 격차는 겨우 433표에 불과했다. 내년 20대 총선에서도 지역구를 수성(守成)하려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지난 18, 19대 총선에서 패배한 김낙순 전 의원, 이용선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 간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김 의원은 “서울 선거는 여야가 2000~3000표 차이로 ‘계가(計家) 바둑’ 싸움을 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라며 “내년에도 험난한 선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앙SUNDAY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12년 19대 총선 결과를 분석한 결과 5%포인트 이내(소수점 제외)에서 당선자와 낙선자가 갈린 ‘초접전 지역’은 전국에서 모두 50곳이었다. 6~10%포인트에서 승패가 결정된 ‘접전 지역’은 47곳이었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19대 총선 지역구의 전국 평균 투표자 수가 8만8645명이고 그 10%가 8864표인 점을 감안한다면 수천 표 이내에서 승부가 갈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접전·접전 지역을 합한 격전지 중에서 3분의 2에 달하는 65곳이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총선 때마다 여야 후보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서울(48개 선거구)의 경우 32곳(67%)에서 10%포인트 이내로 당락이 갈렸다. 반면 지역주의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호남과 영남 지역에선 각각 5곳과 10곳에서만 10%포인트 이내의 접전이 펼쳐질 정도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싱겁게 결판이 났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했던 대전·충청 지역의 경우 대전 동구, 충남 공주 등 11곳에서 격전이 벌어졌다. 강원과 제주에서도 각각 4곳과 2곳에서 10%포인트 이내의 승부가 펼쳐졌는데 강원은 여당이, 제주는 야당이 모두 접전지를 휩쓸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영호남에서 반드시 사수해야 할 격전지 2곳도 있다. 광주 서을과 대구 수성갑이 대표적이다. 여야 양당의 심장부로 꼽히는 두 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와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 전신) 김부겸 후보가 각각 39.7%와 40.4%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지지층의 균열 조짐을 보였다.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재도전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을, 새정치연합은 지난 4·13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천정배 의원을 상대로 승부를 가리는데 만약 패배한다면 1석 이상의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선거 환경 야당 유리할수록 격전지 증가 19대 총선 당시 여야는 격전지에서 엇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여권은 격전지 99곳(광주 서을, 대구 수성갑 포함) 중 47곳에서 승리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뭉친 야권은 52석을 차지해 결과적으로 야권이 근소한 우세를 기록했다. 야권은 6~10%포인트 이내의 접전 지역 47곳 중 28곳에서 승리를 차지해 여권(19곳)보다 9석을 더 가져갔다. 하지만 5%포인트 이내의 초접전 지역(50곳)에선 23석을 얻는 데 그쳐 여권(27곳)에 열세를 보였다. 결국 전체 선거 결과에선 영남이란 두꺼운 지지 기반을 가진 새누리당이 과반인 152석을 차지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여야 간 세력 균형이 팽팽한 초접전 지역 50곳의 결과에서 선거 판세가 결정 날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사실은 야당이 유리한 선거 환경일수록 수도권 격전지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집권 2년차에 치러진 17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탄핵 역풍이 불었던 2004년 총선에서 수도권 전체 112곳 중 당선자와 차점자가 5%포인트 이내의 격차에서 승패가 갈린 지역은 32곳, 6~10% 이내로 승부가 갈린 지역은 33곳이었다. 수도권 전체 지역구의 절반 이상(65곳)에서 10%포인트 이내의 득표로 신승(辛勝)·석패(惜敗)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영남권 의석(67석)이 호남 의석(30석)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려면 수도권에서 70%를 승리하고 충청권에서도 선전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분열된 야권 세력을 통합해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격전지를 만들 수 있느냐가 새정치연합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신당도 격전지 승부에 영향 그렇다면 내년 총선의 격전지 승부에서 여야는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20대 총선 격전지의 승패를 예측하기 위해 지난달 실시한 전국 4500명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메타분석(유사한 주제와 내용으로 실시한 통계적 연구 결과를 통합해 분석하는 기법)을 실시했다. ‘정당 후보 당선 가능성’ ‘사회·민생과제 해결 능력 정당’ 등에 대한 설문을 통해 격전지 승패를 예측한 결과 새누리당은 99곳 중 최소 47곳~최대 67곳까지 승리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새정치연합은 최소 32곳∼최대 52곳까지 승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의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야당이 다소 열세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미세한 격차의 지역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 신당이 별도 후보를 낼 경우 3~4%만 득표하더라도 선거 결과에도 결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다”며 “야권의 균열이 확대될수록 선거의 성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수도권 승부는 총선 때마다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 당 중진과 청와대 출신 인사를 겨냥한 ‘험지(險地) 출마론’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윤 센터장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강한 수도권 기류를 감안할 때 여당은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권 입장에선 정권 심판론이란 프레임을 국회·야당 심판론으로 전환하는 공세적 이슈를 발굴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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