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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예쁜 건물’ 짓는다면 … 땅 싸게 파는 세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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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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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최근 세종시 내 상업용지 매각과정에서 매입대금을 높게 제시한 업체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쟁사보다 땅값을 더 쳐주겠다는 데도 마다하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가장 비싼 값에 사겠다는 측에 땅을 파는 게 관행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LH공사가 도시경관을 중시하는 차원의 새로운 토지 매각모델을 만들었다. 땅값보다 건축설계나 사업계획이 좋은 업체에 땅을 파는 방식이다. 매입가를 높게 써낸 업체라도 건축 디자인이나 사업모델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면 땅을 살 수 없는 구조다. 관련 부지에 어떤 모양의 건물을 지을 것이며 또한 사업 아이템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사업제안 공모형 토지매각 방식이다.

 LH공사는 지난달 세종시 중심상업지구 2-4생활권 1.3㎞ 길이의 도시문화상업가로(어반아트리움)내 5개 블럭에 대해 사업제안 공모를 통해 땅을 팔았다. 이 과정에서 땅값을 3.3㎡당 1500만원을 제시한 업체는 떨어지고 1200만원을 써낸 업체가 토지 매입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땅값보다 건축설계와 사업계획을 중시한데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번 사업제안형으로 매각된 토지의 분양가격은 예정가격의 120~1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경쟁입찰로 분양할 경우 예정가의 250~300%까지 받을 수 있는 땅을 절반도 안 되는 값에 판 셈이다.

 행복청은 LH공사와 협의해 현재 남아있는 상업용지도 대부분을 사업제안형으로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땅을 팔아 개발하게 되면 선진국 못지 않은 아름다운 도시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개발사업자 입장에서는 땅값이 적은 대신 당초 제안한 설계대로 건물을 지으려면 건축비가 일반적인 형태보다 50% 가량 더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외관을 위해서 공사비가 그만큼 비싸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세련된 건물 디자인과 창의적인 공간계획으로 인해 건물의 수익성이 커져 사업자로서는 나쁠 게 없다. 건축비가 적게 드는 일반 형태로 건물을 지을 경우 공실이 많이 생겨 오히려 손해가 나는 일이 많다. 그럴 바에야 공사비를 더 들여서라도 랜드마크가 될만한 명물을 만들어 놓으면 고객이 늘어나 궁극적으로는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미 비싼 값에 매입한 상업용지의 향방이다. 애당초 땅값을 너무 비싸게 산데다 다른 건물과의 경쟁을 위해 건축비를 높이면 채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 없이 비싸게 상가부지를 산 개발업자는 많은 고민을 해야될 것 같다.

 세종시의 사례는 앞으로 다른 도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수요창출을 위해 다들 예쁜 건물을 지을 것이라는 소리다. 이제 아름답고 기능적인 공간을 갖춘 건물만이 살아남는다. 건물도 무한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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