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국, 달러 의존서 탈출 계기…원·위안 동조 심화는 경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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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은 단기적으론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SDR 자체가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DR은 가상 화폐이고 약 11조 달러인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초반 정도”라며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더라도 당장 큰 변화가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의 SDR 정식 편입 시점도 내년 10월 1일로 아직 시간이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가 SDR에 들어가도 중국 실물경기를 부양해주는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기에 한국 주식시장 등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DR 비중 적어 당장 영향은 안 커
장기적으로 위안화 위상 높아지면
외국인 자금 중국으로 빠질 수도

 그러나 시간이 지나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 한국의 외환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2009년 4월 통화스와프(약속한 환율로 국가간 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계약) 협약을 체결했다. 양국 간 스와프 규모는 3600억 위안(약 64조 7000억원)이다. 나아가 정부는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곧 발행할 예정이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의 SDR편입 이후 위안화 거래가 늘면 달러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달러화 변동에 따른 한국 등 신흥국이 받는 충격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다만 위안화 사용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와의 동조화가 심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안화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경제가 출렁일 확률이 높아진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이 심하게 움직이며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휘둘릴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도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명 연구원은 “최근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원화 자산과 위안화 자산이 동조화되고 있다”며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향후 5년간 주가는 2.28% 상승, 원화 가치는 2.51% 하락, 국채 3년물 금리는 19.7bp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도 우려된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DR 편입으로 위안화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더 개방한다면 해외 투자자의 위안화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통화 정책 변화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다면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시장에 들어온 해외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위안화의 SDR 편입 후 한국은 중국과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 요인과 불안 요인이 같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시장을 지켜보며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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