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생도 소녀시대도 키덜트도 … 손톱만 한 블록에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기사 이미지

나노블록 인기

지난달 26일 마포구 동교동의 한 완구점. 대학생들이 손톱만 한 크기의 블록을 끼워 맞추며 모형을 조립하고 있었다. 약 30분 후 이들이 완성한 건 손바닥만 한 ‘곰돌이 푸’. 최근 키덜트 상품으로 주목받는 ‘나노블록’이다. ‘레고블록’보다 블록의 크기가 훨씬 작아서 나노블록으로 불린다.

 나노블록은 학생과 키덜트(kid+adult)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키덜트란 성인이 돼서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이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하는 현상을 말한다. 나노블록은 30분~1시간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모형을 쉽고 재미있게 조립할 수 있다. 완구점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1·여)씨는 “초등학생 때 즐겨 본 영화 토이스토리의 우디,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을 최근 만들었다”며 “남자친구와 누가 빨리 잘 조립하는지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래 나노블록은 브랜드명이다. 약 8년 전 일본의 완구기업인 ‘카와다’(Kawada)가 이 브랜드를 만들었고, 한국에는 국내 완구업체 ‘재미니아’를 통해 이 제품이 수입됐다. 가격은 1만4000~2만8000원이다. 만화 캐릭터는 물론 런던 타워브리지, 파리 에펠탑 등 해외 랜드마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재미니아 관계자는 “영화·만화 캐릭터는 ‘라이센스 값’이 붙어 가격이 2000~3000원가량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나노블록이 인기를 끌면서 3000~6000원대로 저렴한 가격의 유사 제품도 많이 나왔다. 카와다의 나노블록은 교보문고 매장이나 대형 할인마트, 토이저러스 등에서, 저렴한 유사 제품은 거리의 장난감 전문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 있다.

 인기가 높은 건 만화 캐릭터 상품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미키마우스·슈퍼마리오처럼 친근한 캐릭터가 잘 팔린다”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이 나노블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도 관심을 끈 계기였다. 재미니아 관계자는 “최근 걸그룹 소녀시대가 캐릭터 산업이 활성화된 일본을 다녀온 뒤 SNS에 나노블록을 올렸고, 이게 젊은 고객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온라인 유통업체인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1월 나노블록 상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배가량 늘어났다. 또 옥션의 지난 10월 나노블록 판매량은 6개월 전(4월)보다 2.5배가량 늘어났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혼자 즐길 수 있는 나노블록이 인기를 끈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진용학 인턴기자

▶강남통신 기사를 더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