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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주말마다 영아원 찾는 김리온 구두 디자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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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봉사는 사명감이 아니라 일상, 이걸 깨닫는데 30년

구두 디자이너 김리온(39) ‘신’(SYNN) 대표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봉사를 했다. 건축 사업을 하던 아버지는 언제나 “사람은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혼모 시설, 영아원·요양원, 장애우 시설 등 안 가본 데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30년 가까이 봉사를 해온 셈이죠.”

주말마다 영아원 찾는 김리온 구두 디자이너

 김 대표는 평범한 회사원과 의류 회사 디자이너를 거쳐 2005년 자신의 구두 브랜드 ‘신’을 시작했다. 그는 웨딩 슈즈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연예계 마당발로 스타들이 참석하는 파티나 각종 행사에도 자주 초대받는다. 겉으로 볼 때는 화려한 생활을 하는 셀레브리티에 가깝지만 어려운 곳을 찾아가는 봉사를 쉬지 않는다. 직접 주최하는 자선 행사도 여럿이다.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자선 바자회는 올해로 9회째에 접어들었고, 지인들이 참여하는 플리마켓도 세 번이나 열었다. 장애인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전시회를 기획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에게 봉사는 거창한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데 30년이 걸렸다”고 했다.

 “봉사에도 여러 단계가 있어요. 불편하게 느끼는 단계, 혼란스러운 단계, 의무적으로 행하는 단계, 그다음이 편안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죠.”

 김 대표는 “초등학교 때 처음 아버지와 장애인 시설을 방문했을 때는 생각도, 외모도 다른 아이들이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당연한 거였다”고 회상했다. 칭찬을 받기 위해 계속 봉사를 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후엔 저도 모르게 반항심이 생겼다. 봉사한다고 대단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싫었고, 어려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게 다 과정이에요. 거창한 사명감으로 봉사하면 어느 순간 힘에 겨운 순간이 옵니다.” 김 대표는 우연히 친구가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재단 일로 한 장애영아원을 방문하고 “몸에 맞는 봉사의 옷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아 달라고 칭얼대고, 가지 말라고 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중에도 자꾸 아이들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져 주말마다 영아원을 찾았다.

 김 대표는 “편하게 느끼는 연령대나 상황이 있다면 그 분야에서 봉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한 곳을 정해두고 의무감으로 다니지 말고 여러 기관을 방문하다 보면 내 몸에 꼭 맞는 봉사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 구두 디자인과 봉사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인생의 숙제다. “구두와 사람, 인연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된 것 같아요. 그 끈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가는 게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내게 늘 강조했던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난 사람=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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