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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청소기로 베이징 미세먼지 100일 모아 벽돌만든 괴짜 예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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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내서 청소기로 먼지를 모으는 브라더 너트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베이징 일대가 닷새째 최악의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가운데 브라더 너트(Brother Nut,?果兄弟 34)라는 이름의 행위 예술가가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눈에 보이는 벽돌로 만드는 착업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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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앞에서 먼지를 모으는 브라더 너트 [사진=웨이보 캡처]

그는 공업용 대형 청소기를 끌고 다니며 천안문 광장, 베이징 국립 경기장 등 도시 명소 곳곳에서 먼지를 끌어 모았다. 지난 7월부터 100일간 돌아다니며 모은 먼지는 끈적끈적한 회색 오염물질이 됐고 붉은 점토를 섞어 회색 벽돌 1장으로 탄생했다. 도시의 오염을 상징하는 벽돌이다. 브라더 너트는 “이 한 장의 벽돌 안에 스모그가 들어 있다”며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처음 베이징에 왔을 때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며칠간 하고 다녔지만 결국 포기했다”며 “먼지는 인류의 발전의 부작용이고 우리는 결코 이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브라더 너트의 목적은 환경 오염의 무서움을 알리고 경고하는 것이다. 그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시지프스 신화처럼 환경 이슈에 대해 알리고 또 알리는 것”이라며 “비록 지금은 소용없을지라도 이런 활동들이 언젠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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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먼지를 모아 벽돌로 만든 브라더 넛 [사진=웨이보 캡처]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그의 작품에 대해서 “베이징 인근에 사는 모두가 배 속에 이런 벽돌을 하나씩 가지고 살아가는 셈”이라는 글과 “만약 베이징의 모든 먼지를 모을 수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을 짓고도 남을 것”이라는 댓글 등이 달렸다. 그의 작품을 1만 위안(18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하지만 브라더 너트는 “이 벽돌은 바다로 던져 버릴 것”이라며 “먼지는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베이징 인근에는 지난달 30일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PM 2.5)가 976㎍/㎥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에 40배에 육박하는 등 최악의 스모그가 반복되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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