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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법 자전거래 혐의 현대증권 전현직 임원 7명 기소

중앙일보

입력

기관으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사전수익률을 약속하고 투자금으로 불법 자전거래(회사 내부 계좌끼리만 거래하는 것)를 한 현대증권 임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약정하고 이를 미끼로 기관투자금을 끌어들인 후 불법 자전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조1부(부장 박찬호)는 현대증권 전 고객자산운용본부장 이모(55)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전 신탁부장 김모(51)씨 등 3명을 각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랩운용부장 박모(53)씨 등과 공모해 2009년 2월~2013년 12월 우정사업본부와 고용노동부 등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면서 9567회에 걸쳐 불법 자전거래를 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기금 담당자들에게 ‘1000억원을 투자하면 한 달 후에 1002억2000만원을 돌려주겠다. 3.15%(연이율)의 수익이다’는 등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약속한 뒤 자금을 위탁받았다. 이후 약속한 수익률을 맞추기위해 단기랩, 신탁계좌에 장기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매입해 운용하는 ‘만기불일치’ 운용방법을 썼다.

만기불일치는 우정사업본부에서 만기 6개월, 약정수익률 3%의 조건에 100억원을 유치한 후 해당 랩계좌 만기 6개월이 아닌 3년치 장기 CP, ABCP를 매입해 운용하고, 6개월 이후 환급할 때는 랩계좌에 있는 CP, ABCP를 시장에 매각하는 대신 현대증권이 운용하는 다른 랩계좌로 매각해 돌려막기식으로 환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이 운용하는 랩계좌 사이의 자전거래 9567회 있었고 규모는 59조원에 달했다. 이들이 쓴 자금은 주로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보험·예금과 고용노동부의 산재보험, 고용보험 자금 등 정부기금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만기불일치 방법으로 단기 자금을 운용하면 시중금리가 급상승해 기업어음 가치가 떨어질 경우, 자산담보부기업어음 시장이 경색되는 경우에 신규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연쇄적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대증권 전 본부장 최모(52)씨와 전 부장 이모(52)씨는 우정사업본부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834회에 걸쳐 사전수익률(이익보장)을 약정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투자상품 계약시 약정수익을 제시하는 것은 불법이다. 약정수익을 제시했다가 수익률에 미달할 경우 증권사의 영업이익이나 고유자산으로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른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업계에서는 자전거래를 관행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업계의 고질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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