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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러시아 이어 케냐까지 쑥대밭 만든 도핑 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를 덮쳤던 육상계의 도핑 스캔들이 케냐로 번지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윤리위원회는 1일 이사 킵라갓 회장과 데이비스 오케요 부회장, 전 회계 담당 이사 등 케냐육상경기연맹 임원 3명에게 6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IAAF는 성명을 통해 '세 명은 반도핑 활동을 방해할 잠재성을 갖춘 인물들'이라면서 '180일 동안 해당 종목에 어떠한 영향력도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케냐는 세계적인 육상 강국이다.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때도 사상 첫 종합 1위(금7·은6·동3)에 올랐다. 그러나 도핑 문제와 관련해선 깨끗하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8월 27일 '최근 2년간 케냐 육상 선수 40여명이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세계선수권 때도 여자 400m 조이스 자카리(29), 여자 400m 허들 코키 마눈가(24)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케냐육상경기연맹은 '반도핑기구를 만들었다'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론 사무실조차 개설하지 않았다.

지난달 러시아가 선수들의 조직적인 도핑과 정부 당국까지 방조한 문제로 IAAF로부터 육상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 전면 금지 징계를 받은 뒤, 불똥이 케냐로 튀었다. 케냐육상경기연맹은 지난달 14일, 러시아의 징계 직후 "반도핑 기구를 새로 설립한다. 도핑 전문가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도핑 의혹 선수를 추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IAAF는 28일 세계크로스컨트리선수권에서 2차례(2010·2013년) 우승한 에밀리 치벳 등 도핑 혐의가 있는 케냐 선수 7명에게 2~4년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유일하게 금지 약물 양성을 보였던 자카리와 마눈가도 4년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IAAF는 "도핑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국가의 선수들에겐 더 강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며 도핑에 취약했던 케냐를 정조준했다.

최근 케냐 육상은 육상연맹 고위 임원들의 선수에게 지원된 물품과 현금을 횡령한 혐의로도 들끓었다. 킵라갓 회장과 오케요 부회장은 스포츠용품사 나이키가 케냐 육상 대표팀에 지원한 70만 달러(약 8억1000만원) 이상의 물품과 현금을 횡령해 케냐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반면 케냐의 연간 도핑 검사 관련은 2000달러(약 230만원)에 불과했다. 도핑·횡령 등 각종 문제들이 들끓자 케냐 육상 선수 50여명은 지난달 24일, 육상연맹 사무실 앞에서 연맹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펼쳤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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