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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진흥법은 대리점법 10개와 딜해야” 협상안 퇴짜 놓은 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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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기국회 폐회(12월 9일)를 열흘 남겨둔 여야가 노골적으로 법안 ‘딜’(거래)을 시도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주도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맞바꿀 법안의 본격적인 교환에 나섰다. 여당은 ▶국제의료사업 지원법안 ▶서비스산업발전법안 ▶관광진흥법안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4법’, 야당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안 ▶사회적경제기본법안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안 등 ‘경제민주화 4법’을 제시했다.

의총서 “딜할 법안 바꿔라” 쏟아져
여당이 받기 더 힘든 카드 내놓아
협상 연기 … 오늘 본회의까지 취소

 이 중 심야 협상 끝에 여당의 관광진흥법안, 국제의료사업 지원법안과 야당의 대리점 공정화법안을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원내대표 간의 합의안은 30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다. 의원들이 법안 딜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었다. “딜할 법안을 바꾸라”는 뜻이었다.

 교문위 소속인 유기홍 의원은 “관광진흥법안은 학교 앞에 호텔을 짓는 ‘학교 앞 호텔법’으로 절대로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선을 그어놓고 협상하라”고 주문했다. 강기정 의원도 “법과 법을 바꿀 때는 예산 몇 푼과 바꿔서는 안 된다. 관광진흥법은 대리점법 1개가 아니라 대리점법 10개 정도의 무게로 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대리점법은 정무위 차원에서 정부가 (통과시키려고) 목줄을 거는 다른 법과 연계할 수 있다. (야당 힘으로 통과시킬 수 있으니)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과잉공급 업종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원샷법’에 대해선 산업위 간사인 홍영표 의원이 “‘원샷법’은 사실 정부가 내게 ‘청부입법’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여당 의원법안으로 나온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도 “산업위가 막을 테니 맡겨달라”고 하자 “옳소”라는 호응이 나왔다.

 결국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당초 제시한 4개 법안 중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특별촉진법안만 남겨두고 나머지 3개를 협상테이블에서 들어냈다. 정무위가 ‘자체 해결’을 주장한 대리점법안, 전·월세 상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안,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대상이 됐다. 대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안’, 교육 관련 비정규직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관련한 ‘교육 공무 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 등 2개를 새로 들이밀었다. 여당 입장에서 더 통과시켜주기 어려운 법안을 골라 내민 것이다.

 관광진흥법안 등 일부 경제활성화 법안은 딜을 통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30일 “(야당과) 쟁점법안의 심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며 “관광진흥법안에 야당의 어떤 법안을 연계할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의 ‘법안 맞바꾸기’ 대상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1일로 예정됐던 본회의 일정은 취소됐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던 조해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FTA 비준안 처리 요구가 야당에 전방위적인 법안 연계를 할 수 있게 한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며 “지금처럼 무차별적인 ‘빅딜’이 이뤄졌던 전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의원도 “과거엔 법안을 연계하더라도 최소한의 법적인 연계성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마구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원 원내대표는 “(야당이) 경제살리기 법안을 조건부로 발목 잡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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