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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급진화를 사전에 막아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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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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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뉴시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계속 ‘전면적인 지하디스트 봉기’를 경고했다. 이번 프랑스 파리 테러로 그 봉기가 개시된 것으로 보인다.

11·13 파리 테러의 충격 속에
인종·종교 차별 심화되면 테러단체의
이념적 요소를 강화하는 역효과 낳아

  봉기는 이념을 신봉하는 핵심 지지 세력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 프랑스에선 그런 세력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파리를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은 전부 평범하게 살다가 이슬람 급진주의에 투신해 지하디스트로 변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IS에 포섭된 이들은 시리아에서 훈련받은 뒤 본국으로 돌아와 범행을 계획했다.

  이스마일 오마르 모스테파이(29)가 대표적이다. 지난 11월 13일 밤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에 난입한 용의자 중 1명(자폭했다)으로 지목된 그는 이전엔 테러리즘과 아무런 관련 없던 알제리계 파리 시민이었다. 그가 다니던 이슬람 사원의 관계자는 “IS가 직접 파견한 ‘방문 이맘’에 의해 급진주의에 물들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모스테파이는 다섯 살 아이의 아버지였지만 2013년 말 가족을 버리고 시리아로 건너가 IS의 훈련을 받았다. 그의 옛 이웃들은 “평범한 가정의 상냥한 청년이었다”고 돌이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파리 테러 발생 하루 전인 11월 12일 미국·영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IS 대원 무함마드 엠와지 역시 영국 런던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던 청년이었다. 그는 “영국 정부가 이슬람교도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한다”며 급진주의자로 전향했다. ‘지하디 존’으로 불린 엠와지는 검은 복면 차림으로 IS가 외국인 인질을 참수하는 영상에 줄곧 등장해 서방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급진화시켰으며 인륜에 반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했을까?

  유럽의 성난 젊은 무슬림 세대에 지하디즘이 뿌리 내렸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 없다. 인종·종교 차별과 따돌림도 한 원인이다. 폭탄테러가 발생한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선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 축구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두 나라는 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다. 그들이 이슬람주의 선전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심히 우려된다. 더 걱정스런 점은 IS의 공격으로 그들을 향한 증오와 비난이 증가하면 그 선전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급진화의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실제로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국경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반(反)난민 강경론이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다.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난민 수용 강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주가 늘고 있다. 통행이 자유로웠던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국경통제가 강화된다.

  ‘반난민’ 바람은 피해 당사국 프랑스에서 가장 거세다. 프랑스 정부는 시리아에서 귀국하는 모든 자국민을 가택 연금하고 엄중 감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극단주의를 전파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이슬람 사원의 해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유럽이 난민을 차별하고, 난민이 유럽을 증오하는 ‘증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정책 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수십만의 중동 출신 젊은이가 이미 유럽에 정착했다”며 “이들이 이번 테러로 차별받는다면 극단주의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IS는 테러에 놀란 유럽이 문을 걸어 잠그길 바란다. 그들은 갈 곳 없는 분노한 난민을 IS 전투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파리 테러는 규모와 정교한 조율을 고려할 때 알카에다 같은 단체의 과거 공격과 유사하다. IS가 선전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듯이 폭력은 서방에 맞설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된다. 서방이 드론 공격으로 지하디 존을 죽이고 영토의 일부를 뺏아가도 IS는 십자군 프랑스(crusader France, 과거 무슬림을 겨냥해 전쟁을 벌인 십자군에 프랑스 기사들이 주축을 이뤘다는 사실에 빗댄 표현)를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확장되는 영토와 ‘유토피아’가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한다. 그런 규모의 공격으로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IS는 세계적인 주목을 끈다.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불만이다. 지하디스트는 불만과 이념의 혼합물이 만들어낸다. 그 이념은 극단주의 단체 가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11·13 파리 테러 후 IS에 대한 서방의 보복은 ‘서방이 사악하며 IS는 서방과 전쟁 중’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게다가 IS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종파간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살폭탄 테러리스트의 시신 부근에서 시리아 여권이 발견되자 시리아 난민을 향한 증오가 분출하면서 그들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증폭됐다. 이런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분노와 두려움은 당연하다. 그러나 차별로 치달으면 테러단체의 이념적 요소를 강화할 뿐이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의 대치는 지양해야 한다.

  이제 프랑스는 탈급진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개인의 급진화를 사전에 막는 것이 이미 급진화된 개인을 되돌리기보다 훨씬 쉽다. 급진화의 사전 예방을 위해선 사회경제적 상황, 배제, 종교 교육의 결여 같은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탈급진화 과정에는 재통합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극단주의 이념의 결함을 설득력 있게 알려줄 수 있는 멘토나 급진주의 경험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학교나 사원, 교도소에서 이런 대화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이념적으로 취약한 젊은이는 그런 곳에서 서방을 폭력으로 공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게 될 위험이 크다.

  극단주의 선전도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급진주의 콘텐트를 금지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한 사이트에서 금지하면 다른 사이트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보다는 사이버 공간을 긍정적인 콘텐트로 가득 채우는 게 효과적이다.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나 IS 치하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 그들의 신학적 오류가 무엇인지 폭로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자신이 사는 사회에 통합된 것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공간도 필요하다. IS는 가상만이 아니라 실제 공동체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서방을 공격하도록 서로 격려하고 칼리프 제국 건설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IS의 메시지를 반박하고 불만이 폭력으로 분출되지 않도록 하는 장기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러 공격의 희생자는 국적과 종교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런 시기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IS에 맞서야 한다.

- NIKITA MALIK / 번역 이원기

[ 필자 니키타 말리크는 세계 최초의 반극단주의 싱크탱크 퀼리엄재단의 선임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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