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일부 부서, 도청 자리로 이전 “교통 불편” vs “공동화 예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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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시청 별관 부서를 현 경북도청 건물로 옮기기로 하자 공무원노조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시 본청과 거리가 멀고 관리비도 더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별관에 있는 두 곳 등 임시로 옮겨
“관리비 13억 더 들 것” 반대 목소리
주차장·정원 넓은 근무환경은 장점

 대구시는 26일 중구 동인동의 시청 별관 두 곳과 중구청에 입주한 건설본부·공무원교육원 등을 내년 6월께 경북도청 건물로 임시 이전한다는 계획에 따라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청은 내년 2월 안동 신청사로 이전하면 빈 건물이 된다. 별관인 동화빌딩과 호수빌딩에는 교통정책과·문화예술정책과 등 29개 부서가 있다. 두 건물의 임차보증금은 81억원, 연간 임차료는 4억2000만원이다. 이전 대상 부서 직원은 789명으로 대구시 본청 전체 공무원의 절반에 이른다.

 이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23일 시의회에서 오철환 의원의 시정 질문에 답변하면서 처음 밝혔다. 권 시장은 “시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도청 이전에 따른 주변 지역 슬럼화 방지, 도청 이전 터 개발 및 활용에 대한 주도권 확보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내년 3월부터 건물 구조 안전진단과 개·보수를 거쳐 6월께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도청 건물은 1965년 건립됐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고 인근에 도시철도 노선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현 별관 등의 관리비는 연간 20억원 정도지만 옮길 경우 33억원으로 13억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다. 별관 모두 시 본청과 400여m 거리에 있는 반면 도청은 2.5㎞ 떨어져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김도형 대구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시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관리비 부담이 만만찮고 결재를 위해 오가는 시간도 많이 걸려 행정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오철환 의원은 “시청을 아예 옮긴다면 모르겠지만 이점이 전혀 없는 별관 부서의 ‘임시’ 이전에는 반대한다”며 “이보다 도청 이전 터 활용 계획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구 주민은 반기고 있다. 도청과 경북경찰청·경북교육청 등이 이전할 경우 주변 공동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청 이전으로 공무원 2300여 명이 빠져나가는 만큼 별관이라도 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별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중 일부도 넓은 정원과 주차장을 갖춘 점 등을 들어 근무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도청 이전 부지 활용 기본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앞으로 1년간 계획을 세우고 이후 개발에 나서 2020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자연사박물관·행정타운·창조벤처파크·창업직업학교 등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정부가 경북도 소유의 땅을 매입하고 개발 방안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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