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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vs박보영, 20대 여배우 스크린 맞대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오랜만에 보는 20대 여배우들의 스크린 맞대결이다.

수지가 주연을 맡은 영화 '도리화가'와 박보영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가 25일 동시에 개봉했다. 남자 배우 중심의 영화가 강세를 이룬 가운데 20대 여배우들이 중심축을 이루는 영화가 같은날 개봉해 스크린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 여배우의 '티켓 파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초반 분위기는 수지의 영화 '도리화가'로 기운 상태다. 첫 날 티켓 예매율에서 우위를 점했다. '도리화가'는 13.3%(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 기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9.9%의 예매율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개봉 첫 주 관객들의 반응과 입소문에 따라 영화의 판도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두 영화의 특징을 주인공 수지와 박보영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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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의 '도리화가'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 진채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지만 류승룡(신재효)을 찾아가 남장을 하고 소리를 배우는 진채선의 성장기를 그려냈다. 실존인물인 진채선을 소화하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당초 시나리오 상에는 표준어로 대본이 적혀있었지만,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과 상의해 전라도 사투리 설정으로 바꾼 것. 진채선이 전라북도 고창 출신의 소리꾼이기 때문에 사실성을 높이는 데 사투리 설정이 좋다고 판단했다. 사투리 보다는 표준어가 익숙해졌던 수지는 다시 사투리 감을 찾기 위해 고향에 계신 엄마와 통화를 하며 사투리 대사를 연습했다.

영화의 묘미는 수지가 선보이는 판소리다. 90% 이상 직접 판소리하는 장면을 소화해냈다. 극 후반에 수지가 선보이는 판소리 장면에서 OST를 살짝 덮은 게 아쉬울 정도로 판소리를 훌륭히 해냈다. 전문 소리꾼과 대결한다면 부족한 실력이지만, 영화를 볼 때 전혀 거부감이 들거나 거슬리지 않을 만큼 잘 해냈다. 소리를 하는 게 미숙했던 진채선이 신재효를 만나 점점 발전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1년 동안 판소리를 배우며 노력한 결실이다.

수지의 감정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건축학 개론' 때 풋풋한 사랑을 그려냈다면, '도리화가'에서 수지는 말 보다는 눈빛으로 깊은 감정 연기를 그려냈다. 섬세하고 성숙해진 수지의 감정 연기는 다양한 클로즈업 신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덕분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진채선의 감정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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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의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박보영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선 특유의 귀여운 매력을 잠시 내려놓았다. 당찬 신입사원의 모습을 그렸다. 영화는 연예부 수습기자 박보영(도라희)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는다. 매일 화만 내는 부장 정재영(하재관)과 일하며 혼나고 주눅 들어있지만, 박보영은 점점 기자의 모습을 갖춰가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박보영의 캐릭터 소화력은 나쁘지 않다. 긴장감이 없는 스토리 라인과 힘 빠지는 결말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을 갈리지만, 박보영의 열연에는 이견이 없다. 박보영이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한 덕분에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영화에 생기가 생겼다는 반응이다.

박보영은 "나이에 비해 어린 역할만 하다가 드디어 내 나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은 요즘 취업이나 직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도라희를 통해서 연예부 기자의 고충 보다는 사회 초년생의 힘든 점 등을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보영이 정재영과 만들어내는 '케미'도 관전포인트다. 초반 정재영이 얼굴이 빨개질만큼 소리를 지르며 혼을 내고, 박보영이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후반부에 정재영이 박보영을 위해, 또 박보영이 쓰는 기사를 위해 티내지 않고 도와주는 모습에선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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