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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무늬만 회사차 방지 정부법안 퇴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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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가 승용차를 구입한 뒤 업무용으로 쓰지 않으면서 세금 혜택만 받는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의 과세 강화와 관련해 국회가 정부안의 재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내놓은 ‘업무용차 과세 강화’ 법안의 수정안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 소위원회에 제출했다.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하면 연간 1000만원까지(차량 구입비·유지비)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게 골자다. 1000만원 이상에 대해선 업무용 일지를 작성해 내역을 인정받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초안에선 비용의 50%를 인정키로 한 ‘정률’ 방식이 고가 차량 소유자에게 더 큰 혜택을 준다는 논란이 있어 이번엔 ‘정액’ 방식을 택해 조세 형평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1000만원까지 경비 인정
업무용 일지 증빙 땐 추가 면세
국회 “상한선 정해 단순화를”

 이에 대해 조세 소위 야당 간사인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안은 새로운 임직원용 보험을 만들고, 업무용 일지를 쓰게 한다는 등 2·3중 제도를 도입하자는 복잡한 내용”이라며 “국민 이해와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은 2~3가지 내용을 섞지 말고 차량 한 대에 얼마까지 비용 인정을 해준다고 ‘상한선’을 정해 단순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국산차 업계도 수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기간을 늘려서 기존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억원 짜리 승용차의 경우 현행법상 구입 가격의 20%씩 매년 4000만원씩 경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최대 5년간 총 세금 감면액(개인 최고 소득세율 41.8% 적용)은 8360만원이다. 그런데 수정안을 적용해도 매년 1000만원씩 경비 인정을 받기 때문에 20년간 차를 유지할 경우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원들이 발의한 5개 관련 법안들도 비용 인정에 대해 총액 상한선을 두고 3000만~4000만원까지로 혜택을 묶어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이 총액 상한선을 둘 경우 고가 차량이 많은 수입차의 세금 혜택이 많이 줄기 때문에 통상 마찰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비용 인정을 연간 1000만원까지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며 “총 한도까지 정하면 주로 고가인 외제차들의 혜택이 줄기 때문에 통상마찰 소지가 있어 정부로선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단 헌법 시한 내인 다음달 2일까지 예산안·세법안이 한꺼번에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다음 주 초엔 국회에서 상한선 설정 여부 등에 대해 결론이 나야 한다. 조세 소위는 이번 주 말까지 최종안을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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