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는 '예고된 악몽'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수호이(Su)-24 전폭기가 터키 F-16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것은 시리아 사태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시리아는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데 더해 IS가 곳곳에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리아 내 최소 3~4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리 테러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공습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군과 반군, IS, 연합군이 벌이는 각각의 전투로 시리아 전 국토에 포탄이 빗발치며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연합군이 파리 테러 이후 ‘반(反)IS 동맹’을 기치로 뭉쳤지만 병력 운용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우선 프랑스는 지중해에 배치된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을 중심으로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를 거점 삼아 12대의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 원활한 공습을 위해 키프로스 남부의 영국령 아크로티리 공군기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반면 프랑스와 함께 시리아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의 거점지는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의 홈스와 라타키아다. 시리아 외부를 거점으로 활용하는 프랑스와 달리 동맹관계인 시리아 정부군의 거점기지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위해 터키의 인시를릭 공군기지를 거점으로 지상공격기 A-10과 전폭기 F-15를 운용하고 있다. 터키가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위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며 미국과 협력하고 있어 화학적 군사동맹이 이뤄진 것이다. 결국 러시아와 미국은 IS 격퇴를 기치로 뭉쳤지만, 터키 입장에선 미국과 동맹을 맺고 러시아와 갈등을 벌이는 등 연합군이 시리아 주변 각국과 맺고 있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형국이다.

연합군 내부에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는 언제든 ‘제2의 전투기 격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전폭기 격추에 대해 “거미줄처럼 복잡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내전과 공습이 이뤄지는 시리아에서 각국의 조율 없는 군사작전이 얼마나 위험한 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25일 분석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