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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폭발…지구 괴롭히는 심술쟁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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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태양은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세차례 가장 센 폭발을 일으켰다. 이달 들어서만도 세차례나 발생했다. 태양의 흑점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2000년 이후에 나온 기이한 현상이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은 1년에 두세차례 발생하는 게 보통이었다.

한국천문연구원 조경석 선임연구원은 "흑점 주기(11년)와 상관없이 거대한 흑점이 발생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며 "태양의 활동이 가장 뜸하던 1995년과 96년에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폭발이 발생, 앞으로 태양의 활동을 눈여겨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태양폭발은 태양의 표면에서 흑점들의 자기장이 서로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양표면으로 들어가려는 자기와 나오려는 자기가 결합하면서 자기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

폭발의 정도는 흑점의 크기에 비례하며 한차례가 아닌 연속적으로 10~20여차례 반복되기도 한다. 이 때는 X선과 양성자.전자 등이 지구에 한꺼번에 대량으로 쏟아지는 것이다.

태양 폭발이 지구를 향해 발생하면 8분30초 내에 X선을 포함한 빛이 지구에 도달하고, 2~3일 후 코로나 물질에 포함된 양성자와 전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말에 발생한 폭풍은 세계 곳곳에서 국제방송.아마추어무선 등 단파통신에 방해를 일으켰다.

지금까지 태양폭발은 지구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 1차적인 피해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97년 미국 AT&T사의 통신위성인 텔스타401이 피폭,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

98년에는 무선호출기 통신위성인 갤럭시4가 작동불능 상태에 빠져 미국 전역의 무선호출기가 불통됐다. 89년 3월 캐나다 퀘벡 지방의 정전사태도 큰 피해 중 하나.

태양폭발에 이은 지자기 폭풍으로 송전선에 용량을 초과한 높은 전류가 생겨, 변전소가 파괴됐다. 이 탓에 수백만 세대가 2~3일간 암흑 속에 지내야 했다. 높은 고도에서 일하는 항공기 승무원의 경우 태양폭발에 이은 방사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사정이 이쯤되자 태양활동을 감시하며 우주환경 정보를 제공하는 벤처기업까지 생겼다. 지난해 서울대 연구공원 내에 우주환경예보 서비스업체로 문을 연 ㈜에스.이.랩(www.spweather.com) 이다.

이 회사 김정훈 대표는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 총 20기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이어서 태양폭발 등 우주환경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사진설명>

태양의 흑점 주기(11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X선 촬영 합성사진. 오른쪽이 가장 활동이 적은 극소기이고 맨 왼쪽이 활동이 가장 활발한 극대기 모습.[일본 요코(YOHKOH) 위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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