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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빈 강남 트롤리버스, 하루 14회 운행에 승객 20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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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정차해 있는 강남 트롤리버스.

일요일 오후 내내 기자가 본 승객 단 둘
강남구, 유료화 후 강북까지 연장 요청
서울시 “서초·송파 포함 검토해야” 신중

일요일이던 지난 15일 오후 1시30분. 기자는 압구정 강남관광정보센터 건너편 강남투어버스 정류장에서 전차를 형상화한 ‘강남 트롤리버스’를 탔다. 이 정류장은 청담동패션거리~봉은사~코엑스를 거쳐 다시 관광정보센터로 돌아오는 ‘블루라인’ 노선의 시작 지점이다. 16석이 마련된 버스에는 기자를 제외하고 2명의 외국인 커플이 있었다. 50분 후 관광정보센터로 돌아왔다. 커플은 내렸다. 오후 2시30분, 이번에는 버스가 신사역~영동시장~강남역을 갔다 다시 돌아오는 ‘핑크라인’ 노선을 돌 차례였다. 아무도 타지 않았다. 오후 3시30분 블루라인과 이날 마지막 운행인 오후 4시30분 핑크라인 버스에도 타고 있는 사람은 기자뿐이었다. 버스가 때때로 코엑스나 강남역, 관광정보센터 정류장 등에 잠시 멈춰서 있을 때면 버스에 관심을 보이며 정류장 안내표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타는 이는 없었다.

 강남구는 2013년 6월 ‘강남시티투어버스사업’을 시작했다. 공모로 버스 운영업체를 선정하고 월 1000만원을 운영비로 지원해 지난 4월까지 총 2억2000만원의 운영비가 지급됐다. 처음 6개월 동안 버스 이용료는 무료였다. 그러다 관광버스 대신 ‘트롤리버스’를 도입하면서 지난해 1월 유료화했다. 성인 기준으로 현재 2개 노선 통합 종일권은 1만2000원, 한 개 노선 종일권은 7000원이다.

 강남 시티투어 버스를 도입한 지 2년이 넘어섰지만 이용객 수는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하루 12회였던 운행 횟수를 11회, 9회로 점점 줄여나갔다. 현재는 노선당 7회(총 14회) 운행된다.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20명이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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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30분 출발 버스에 탄 외국인 관광객은 2명뿐이었다.

 이용객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강남구 측은 “시티투어버스를 만든 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편의를 높이려는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내부로 한정된 운행 노선을 강북 지역까지 확장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다. 강남구가 노선 확장을 요청한 건 유료화를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다. 강남구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강남과 강북을 잇는 노선이 없으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편의를 높이겠다는 관광버스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북을 잇는 버스 노선이 있을 경우 강남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강남구는 201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연 1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외국인 관광 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편 지난해 4월 강북 서울시티버스 운영업체가 강남 시티투어버스 운영까지 맡으면서 통합 노선을 운영하기 쉬워진 것도 강남·북 통합 노선이 가능하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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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서울시는 “노선을 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광사업과 관계자는 강남·북을 잇는 노선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강남구만 강남은 아니다. 강남 지역에 있는 다른 구의 관광명소를 포함해 새로운 노선을 어떻게 정할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6월 서울연구원에 시티투어버스사업 관련 연구 용역을 맡겼으며, 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전문가 자문 및 내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강남구가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남구 내부만 도는 노선을 만들 게 아니라 다른 구에 있는 관광 명소와 연계한 노선을 개발했어야 버스 이용률이 높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원래부터 1단계로 구내 순환 노선을 운행하고 그다음 단계로 인접한 구 또는 강북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었다”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가 이번 달 말 나오면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쯤 최종 노선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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